이방카 환대받고 로봇대회 나간 아프간 소녀들, 두려움에 떨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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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워싱턴에서 이방카 트럼프의 환대를 받으며 국제 로봇공학 올림픽에 참석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로봇 공학팀 ‘아프간 드리머스’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드리머스는 헤라트주 출신 12~18세 소녀 25명과 멘토로 구성된 팀으로, 여성도 교육을 받고 해외를 오갈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이들이 헤라트에서 워싱턴까지 오는 여정은 험난했다. 헤라트에서 선발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가게 된 6명의 소녀들은, 참가 자격을 얻고도 미국 대사관에서 연거푸 비자 발급이 거부돼 참석을 못할 뻔 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 명령’의 영향이었다.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고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미 국무부는 대회 개최 직전 임시 허가증을 발급해주었다.

또 아프간 세관이 반군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로봇 키트를 압류하기도 했다. 당시 주미 아프간 대사였던 함둘라 모히브가 직접 나서, 대회 시작 2주 전에야 소녀들은 키트를 돌려받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들이 공항에 도착하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이들의 입국을 위해 힘썼다고 홍보했고, 이방카도 당시 소녀들을 직접 맞았다. 꿈을 이룬 소녀들의 얼굴은 주아프간 미국 대사관 벽에 그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민간 항공기를 통해 카타르로 피신했다. 나머지는 아프간에 머물기로 했지만, ‘아프간 드리머스’를 만든 로야 마후브는 소녀들의 운명이 불투명한다고 말했다. 마후브는 “탈레반이 샤리아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여성들도 교육을 받게 하겠다고 밝혀 이 말의 의미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소녀와 여성들도 꿈과 기회를 쫓을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과거 탈레반은 여성과 소녀들의 교육과 표현을 억압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학교를 폐쇄하거나 단속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국제 인권 변호사이자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킴벌리 모틀리는 “아프간의 수많은 사람과 소녀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에 17일 개설된 ‘아프간 긴급구조 임무’ 계정에는 하루 만에 580만 달러(약 68억 원)이 모였다. 목표액인 440만 달러(약 51억 원)를 훌쩍 뛰어넘은 금액으로, 위험에 처한 현지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모든 성금은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사용 된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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