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우리 교민 1명과 최태호 주아프간 한국대사 등 공관원 3명이 17일 미군 항공기를 타고 제3국으로 탈출했다. 이로써 2001년부터 비전투부대를 파병하고 지역재건팀을 운영하며 아프간 문제에 한국이 개입한 지 20년 만에 아프간에서 한국인이 모두 떠나게 됐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카불 국제공항에서 최 대사 등 일행을 태운 미군 항공기가 10시간 넘게 활주로에서 대기한 끝에 가까스로 이륙했다. 이들은 전날 탈출을 시도했으나 민간공항이 마비된 상황에서 군용기 활주로까지 아프간인들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군사공항이 마비돼 발목이 잡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2, 3시간이면 이륙할 것으로 봤지만 혼란이 길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최 대사 등 공관원들은 15일 다른 공관원들이 대사관 문을 닫고 미군 군용기를 통해 제3국으로 긴급 철수했음에도 출국을 꺼리던 이 교민 1명을 보호하기 위해 아프간에 남았다. 카불의 모처에 머물면서 탈출을 도왔다.
한국대사관은 개설 19년 만에 잠정 폐쇄됐다. 20년간 우리 정부는 아프간에 1조1790억 원을 지원했다. 주아프간 공관 업무는 주카타르 대사관에서 임시 수행된다.
한국대사관은 이달 초부터 주아프간 대사관 긴급 철수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주요 도시들이 무장 반군 탈레반에 의해 잇따라 장악됐다는 첩보가 이어지자 대사관 내 문서 파쇄 등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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