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中 ‘일대일로’ 견제 첫 논의… “마셜플랜 넘어서는 규모”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6-13 11:42수정 2021-06-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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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한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이에 대한 주요7개국(G7)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대중 강경정책을 밀어붙여온 미국이 이번에는 중국의 대규모 대외 경제협력 구상을 겨냥해 서구 동맹국들의 결집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G7 회원국 정상들은 12일(현지 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이런 글로벌 인프라 계획 추진에 합의했다. 이는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으로 불리는 프로젝트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더 나은 재건’에서 따온 명칭이다. 선진 부국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대안을 논의한 것은 처음으로, 민간 업체들의 파이낸싱 방식 등으로 추진되는 규모는 수천 억 달러에 이를 전망. 뉴욕타임스는 “그 규모와 야심은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이 진행했던 ‘마셜 플랜’을 크게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G7 국가들이 민주주의 부국들이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이른바 ‘신(新)실크로드 전략’으로 불리는 글로벌 경제협력 구상으로, 중국 서쪽으로 내륙과 해상을 각각 잇는 경제벨트를 구축해 주변국가들과의 경제, 무역 협력을 확대한다는 것.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 아프리카와 유럽, 동남아 등지의 100여개 국가가 2600건에 이르는 철도와 항구, 고속도로 등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3조7000억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이에 맞서 추진하는 B3W는 환경 및 반(反)부패, 자유로운 정보의 유입과 소통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과도한 빚을 지거나 중국의 압박과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된 상황과 대비시켜 대안으로 제시하겠다는 의도다. 백악관은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을 통해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들이 격차를 줄이는 데 필요한 40조 달러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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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국가들은 13일 발표 예정인 공동성명에 중국의 인권탄압 문제와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반(反)시장 정책 등을 어떤 수위로 어떻게 명기할 것인지를 놓고는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에 따르면 12일 대중 견제정책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는 회원국들 간 이견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가 더 강경한 대중정책을 주장하는 데 맞서 독일, 이탈리아, 및 유럽연(EU) 등이 베이징과의 투자 및 교역에 미칠 피해를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2019년 G7 국가로는 가장 먼저 일대일로에 참여해 20여개 공동 프로젝트 계약에 서명한 국가다. 의견 충돌이 첨예해지면서 회의장 내부에는 인터넷이 차단되기도 했다. 외부의 여론에 동요하지 않고 회의에 집중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G7 정상들에게 행동에 나설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때 강압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팬데믹 이후의 글로벌 질서와 대응은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기를 보여주듯 대통령 문양이 찍힌 하얀색 바인더 속에 숫자 등이 가득 적힌 자료를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런 팽팽한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G7 정상회의는 전반적으로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상들은 미국이 돌아오고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진을 찍으러 이동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팔짱을 끼기도 했다. G7 정상회의 때마다 다른 리더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사진촬영장으로 이동할 때는 홀로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언하는가 하면, 공동성명 서명을 거부해 다른 정상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G7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가 하면, 유럽 국가들이 적대국으로 생각하는 러시아를 G7 멤버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른 정상들의 반발을 불렀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G7) 그룹에 속해있고, 협력할 의지가 있는 미국 대통령이 있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서 기쁘다”며 “그는 우리가 최근 몇 년 간 잃어버렸던 다자주의에 전념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뒤 내놓은 한 마디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다”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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