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채널 통해 北과 접촉 시도”…바이든 행정부 이례적 공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4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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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근 꾸준히 북한에 접촉 시도를 해왔고 대북 정책에 대한 자체 검토도 이미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만간 드러날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기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현지 시간) 일부 언론을 통해 “미국이 북한 측에 여러 채널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을 아끼면서 한반도 이슈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일이다. 외교 무대에서 양자 간, 특히 북미 간 실무자들의 물밑 접촉 움직임을 미리 공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의 북한 접촉 시도가 행정부 초기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고 차분하게 대북 정책의 기조를 정립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였던 2009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 해인 2017년에도 잇단 무력 도발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북한은 이번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전에도 당대회 등을 통해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선제적으로 요구하는 등 압박성 메시지를 내놨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접촉 시도는 이런 북한을 일단 대화의 테이블로 유인해 장기적으로 비핵화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대북 접촉 시도를 공유 받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이후 계속해서 미국 정부에 “도발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 차원의 대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관여(engagement) 의사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뉴욕 유엔본부의 북-미 채널뿐 아니라 북-미 공관이 개설된 다른 국가를 통해서도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 미국의 대화 요청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양측은 앞으로도 한동안 기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덥석 대화를 수용하기엔 부담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일단 스스로 ‘몸값 올리기’를 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추후 대응을 모색하려 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윤곽도 안 나온 상황에서 덥석 대화에 응할 경우 ‘북한이 협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미국에 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를 포함해 북한 경험이 있는 지난 정부 관계자와 대북 정책을 상의하고 있다”면서 “정책을 리뷰하는 동안 우리는 조언 및 신선한 접근법을 얻기 위해 한국 및 일본과 계속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성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도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대북 정책 검토를 수 주 안에 끝낼 것”이라면서 “블링컨 장관이 한국과 일본에 가 있을 때가 우리 동맹국들이 우리의 과정에 고위급 조언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훌륭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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