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논란속 트럼프 지지연설에…국무부도 “지침 어겨”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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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인 25일(현지 시간) 연사로 나선 것을 놓고 논란과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의 외교안보를 이용했다는 불만이 국무부 내부에서 터져 나오면서 의회가 조사에 착수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이스라엘 출장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수도 예루살렘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루프탑에서 연설을 촬영했다. 그는 이날 전당대회 후반부에 상영된 5분 정도의 이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비전을 실행에 옮긴 덕분에 우리 가족은 더 안전하고 그들의 자유도 더 많이 보장됐다”며 입을 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의 커튼을 걷어냈고 중국 바이러스의 확산에 책임을 지도록 했으며 어이없게 불공평한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다음으로는 북한에 대해 “긴장을 누그러뜨렸고 북한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며 “더 이상의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도 없으며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싸운 영웅들의 유해와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 핵협정 탈퇴와 이란 2인자인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의 암살,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터키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목사의 석방, 이슬람국가(ISIS)의 지도자 제거 등을 줄줄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성과로 나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과 리더십 덕분”이라며 그를 거듭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 자체를 놓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최소한 75년 간 외교안보 분야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유지돼온 선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안보 수장이 당파적 행사에서 정치적인 내용의 연설을 한 전례는 없다. 폼페이오 장관 본인이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 출마를 노리고 있는 야심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 거세다.

국무부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더구나 국무부는 2019년 12월 직원들에게 특정 정당의 후보를 비판, 지지하거나 정파적 정치행사 및 단체에서 연설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해 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전직원에 보낸 메모에서 강화된 지침을 전달하며 “해외에서 미국의 가치를 지키는 국무부의 고결함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원이 인준한 고위당국자로써 전당대회를 포함한 그 어떤 정치행사에도 참여하지 말라는 국무부 지침을 폼페이오 장관이 정면으로 어기는 결과가 됐다.

그러나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개인적 역량으로 연설하는 것으로, 그 어떤 국무부의 지원을 받거나 자원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직 고위 외교관들은 해외 출장 중에 경호 및 참모진의 동행 없이 그런 연설 촬영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을 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 공무 중에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심부름꾼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원 외교위는 폼페이오 장관의 정치활동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WP에 따르면 소위 위원장인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비건 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직 국무장관이 당파적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해치법(Hatch Act·공직자가 공직 권한이나 자원을 동원해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에 대해 법률적으로 검토한 자료, 출장 예산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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