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철회’ 끝내 침묵… 다시 WTO 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 31일까지 규제해제 답변 요청… 日언론 “기한 정해 판단할 사안 아냐”
중단된 WTO 제소절차 재개 가능성

정부가 일본에 31일까지 수출 규제 해제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날까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이 지난해 중단했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1일까지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정부는 일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문제 해결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5월 말까지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단 기다려보고 있지만 일본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끝내 일본의 대답이 없을 경우 WTO 제소 절차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NHK는 이날 “일본 정부가 한국 측의 법률 개정 등에 일부 진전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무역관리가 제대로 운용되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리 기한을 정해 판단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는 일본 정부가 국장급 정책대화 등을 통해 한국 측에 전달해 온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징용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지난해 7월 수출규제를 실시한 만큼, 결국 규제 해제 여부도 징용 문제와 연계해 정치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하자 한국은 일본이 자유무역 원칙을 어겼다며 WTO에 제소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제소 절차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만약 일본 측의 답변이 없을 경우 중단된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제소국인 한국이 WTO에 1심 재판부인 패널 설치를 요청하면 절차가 다시 시작되고 1심 판정까지 통상 2년가량 걸린다. 양국이 패널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소 기구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다만 7명의 WTO 상소위원 중 6명이 공석으로 상소기구가 사실상 마비된 데다 미국이 상소기구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수출 규제#wto#제소절차 재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