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수입품 2000억 달러 관세 강행…대중 압박으로 北비핵화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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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2000억 달러(약 222조 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초대형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계획을 강행할 의지를 드러냈다. 2000억 달러는 중국 대미 수출액의 약 40%에 해당해 실제 부과된다면 전면전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강공책을 사용하려는 것은 압도적 힘의 과시를 통해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까지 제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 매파’가 장악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라인은 동맹국들과 세계무역기구(WTO)를 압박해 ‘반(反)중 전선’을 형성하고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전방위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관세폭탄 강행 “완전히 틀린 건 아냐”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 시간) 6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공청회가 끝나는 대로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진전시키길 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 무역대표부(USTR)에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관련 공청회는 다음 달 6일 끝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가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받자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관세 부과 대상 상품 목록과 관세율(10~25%)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대형 관세폭탄을 부과하더라도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선(先) 발표, 후(後) 시행’으로 협상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단계별 부과 방식으로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 질서의 근간이 된 세계무역기구(WTO)를 움직여 ‘반중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3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들(WTO)이 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나는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 관리들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 등 WTO의 변화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 등을 꺼낼 것으로 보인다.

● 대중 무역전쟁 지렛대로 북한 비핵화 압박


데이비드 멀패스 미 재무차관과 중국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이 22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차관급 협상을 벌였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을 중단시켰다”고 전했다.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중국도 6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모든 강경한 압박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중국이 이런 위협, 협박, 아무 근거 없는 비난에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서 깨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무역 분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해군은 3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서해 북부 해역에서 훈련을 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중국 압박에 대한 무력시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관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진 않는다”며 “(관계는) 바뀔 수 있다. 모든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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