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때 공항서 아버지와 작별인사, 그게 마지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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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유해 봉환식]유가족 대표 2人의 ‘65년전 그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투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자녀들인 릭 다운스 씨(왼쪽),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찍은 기념사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트위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투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자녀들인 릭 다운스 씨(왼쪽),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찍은 기념사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트위터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를 맞기 위해 하와이로 출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투’는 ‘특별한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잠시 착륙했다. 각각 네 살과 세 살 때 한국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 씨와 릭 다운스 씨였다. 두 사람은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을 대표해 유해 봉환식에 참가했다.

샌필리포는 네 살 때 공항에서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네바다 방위군 소속이던 아버지 프랭크 살라자르 중위는 1952년 12월 31일 P-51기를 타고 북한 상공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대공포에 격추됐다. 샌필리포는 이후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10대에 비행복을 입은 아버지 사진을 처음 보게 됐고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샌필리포는 나중에 P-51 조종법까지 배웠다.

“지금까지 늘 이런 질문에 시달려 왔어요. 아빠는 비행기에서 탈출했을까. 혹 고문을 당했을까.” 샌필리포는 하와이에서 열린 봉환식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이번에 돌아온 유해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같은 아픔을 나누고 있는 미국의 유가족들은 누구의 가족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스의 아버지 할 다운스(당시 26세)는 B-26 폭격기 레이더 관제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폭격기가 북한 상공에서 피격됐을 때 조종사와 항법사는 비상탈출에 성공했다. 그들은 다운스에게 “비행기가 언덕에 추락해 폭발하는 것이 우리가 본 마지막”이라고 아버지의 최후 순간을 들려줬다.

펜스 부통령은 하와이에 도착한 뒤 트위터에 에어포스투에서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진주만 히컴 기지로 오는 도중에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와 그의 남편 로버트가 합류하게 돼 나와 (아내) 캐런은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백악관도 이날 한국전쟁 전사자 유족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온 편지 2통을 소개했다. 해군 125함대에 배치돼 대북 공격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사한 존 C 매킬 중령의 조카 더그 씨는 편지에서 ‘대공황기에 성장했고 나라를 위해 복무한 자신의 삼촌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었는지’라고 썼다.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매리언 씨는 1951년 9월부터 한국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실종된 삼촌 앤드루 보이어 하사의 헌신을 잊지 않기 위해 거실에 사진을 걸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유족들은 사랑하는 이가 집으로 돌아오길 60년 넘게 기다렸다. 유해들의 신원이 확인돼 유족들이 평화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
#미군 유해 봉환식#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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