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트남처럼 개방한다 해도 해외투자자들은 진출 꺼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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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베트남 모델’에 회의적
“개성공단 폐쇄 본 투자자 의구심… 제재 해제 없이는 성공 어려울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 북한 경제 발전의 롤모델로 베트남을 제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5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베트남식 모델 채택은 거의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한이 베트남을 롤모델로 삼을 경우 성공 가능성은 빈약하다(slim)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경제구조와 집권체제가 매우 다를 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방식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 연구소의 개러스 레더와 크리스털 탠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1980년대 중반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되면서 미국의 자본과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설사 개방 정책을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은 상당 기간 북한에 들어가기를 꺼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이 투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결국 폐쇄된 것이나 중국의 5대 채굴 기업 중 하나인 시양이 북한과의 합작으로 철광석 채굴 사업을 벌인 지 1년도 안 돼 철수한 것을 보면 북한의 투자 유치 및 관리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김정은이 베트남식 성장을 따르려는 이유가 베트남 공산당이 1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해외 자본의 투자 러시가 자신의 통치력 손실로 이어진다고 판단되면 김정은 체제는 해외 투자자들을 가차 없이 몰아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제재 해제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의 적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미국의 제재 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베트남은 1985년 미국과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송환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신뢰를 쌓아갔고 1994년 미국의 제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와 긴밀히 맞물려 있는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는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폼페이오#베트남#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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