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사드 축출 매달릴땐 ‘제2 이라크’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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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리아 공습]“오바마, ‘레드라인’ 집중… 시리아 화학무기 키워”
외교 전문가들 ‘딜레마’ 지적

미국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시리아 공습이 적절했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미국 주도의 연합세력이 공습 강도와 지역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절제된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공습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외 지지도는 상승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진단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연합군이 공습 강도를 최대한 낮췄기 때문에 러시아와 이란 등 친(親) 바샤르 알 아사드 동맹은 보복 공격을 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을 다양한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인 만큼 러시아와의 사이버공격 협상, 이란과의 핵협상이 앞으로 난관에 부딪칠 것이라는 점을 미국은 각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공습으로 미국이 ‘시리아 딜레마’에 빠질 것이란 회의론도 없지 않다. 미국은 시리아 문제에서 언제나 갈팡질팡해왔기 때문이다.

레베카 허스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가안보국장은 “최종 목표가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것인지,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서만 ‘레드라인(한계선)’을 긋는 것인지 미국 대통령조차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시리아 개입의 목표를 확실히 설정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공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재커리 러브 CFR 연구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레드라인’에만 집중해 오히려 아사드의 화학무기 기술만 키우는 결과만 낳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레짐 체인지’를 내걸고 아사드 정권 몰락에만 집중한다면 시리아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 ‘제2의 이라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스 회장은 앞으로 추가 공습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습 문제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미국, 영국, 프랑스가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며 “연합군은 다시 한번 전략자산들의 능력을 시험하려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레머 회장은 “핵심은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000여 명의 지상군을 철수하려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이번에 시리아를 공습한 것이다. 전례로 볼 때 미국은 중동에서 전쟁을 할 때 공격 개시 보름 전까지는 지상군 투입을 완료한다. 즉 지상군 투입 여부, 투입 시기를 보면 미국의 시리아 전략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습이 인도주의적 위기에서 개시된 것으로 볼 때 미국은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브레머 회장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미국이 시리아에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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