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 포격戰에 금융시장 요동… 한국수출 불똥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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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美-中 무역전쟁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통상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23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출렁였다. 코스피가 하루에 3% 넘게 하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3∼4%대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주식시장 하락은 올해 들어 강화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행보가 실제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미중 갈등이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올리다 주가폭락, 실물경제 붕괴로 이어졌던 1930년대 대공황 직전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 ‘검은 금요일’된 글로벌 증시

글로벌 주식시장은 ‘트럼프발(發)’ 악재로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500억 원(약 54조 원)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 1300여 종류를 대상으로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무역법 301조에 서명하자 이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2.93% 하락한 23,957.89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 시장에서 폭락세가 더 커졌다. 미국산 철강, 돈육 등 30억 달러(약 3조2400억 원) 규모의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중국의 대응이 알려지면서 23일 오전부터 증시는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4.51% 폭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39%), 홍콩 항셍지수(―2.45%)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79.26포인트(3.18%) 추락한 2,416.7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 하락 폭은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채무위기로 94.28포인트 폭락했던 2011년 11월 10일 이후 6년 4개월여 만에 최대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이날 원-엔 환율은 하루 만에 20.29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033.42원으로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9.5원 오른 달러당 1082.20원으로 장을 마쳤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국제 금 가격이 올랐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하락했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한 데 대해, 중국은 30억 달러 보복 관세만 천명했다. 중국 상무부가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는 아직 ‘유화적’이라는 평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아직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제한 등의 핵심 카드를 쓰지 않았다”며 “아직은 대미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NBC 등 외신은 중국이 보잉, 애플, 인텔 등 주요 미국기업에 대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는데, 이 경우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안을 살펴보면 즉각 도입하는 게 아니라 ‘의견 청취’ 등의 기간이 있어 양국 타협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드는 등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양국 의존도 큰 한국 피해

미중 통상갈등이 격화되면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의 피해가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2 수출 의존도는 36.8%에 달했다. 각각 대중 수출이 1421억 달러(24.8%), 대미 수출이 689억 달러(12.0%)에 이른다.

여기에 중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휴대전화나 텔레비전 등에는 반도체 등 한국산 부품이 많이 들어간다. 중간재 수출길도 막힌다는 뜻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999억1000만 달러)의 39.5%가 중국으로 수출된 것이다. 수출국가 기준 1위다.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업종도 품목별로 관세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부과는 일단 면했지만 중국 철강의 대미 수출이 끊길 경우 저가 중국산 철강이 한국으로 쏟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 역시 지금까지 미중 통상갈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막힐 경우 부품수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김성모·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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