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위협이 30초 앞당긴 ‘운명의 시계’…“지구 종말 2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14시 47분


코멘트
‘운명의 시계’ 그 동안의 변화
‘운명의 시계’ 그 동안의 변화
북한의 핵 위협이 지구의 운명을 30초 앞당겨 놨다.

미국 핵과학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운명의 시계(the Doomsday Clock)’가 올해 ‘자정 2분 전’을 가리켰다. 자정 2분 전은 운명의 시계가 1947년 처음 작동을 시작한 이래 자정에 가장 근접한 시간으로 미국이 수소폭탄을 개발한 다음해인 1953년의 시간과 같다. 자정은 지구의 운명을 가리키는 시간이다.

핵과학자회 과학·안보이사회는 ‘운명의 시계’의 시곗바늘을 지난해 자정 2분 30초 전에서 30초 앞당겼다고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는 “2017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괄목할 진전을 이뤘다. 이는 북한 자신 뿐 아니라 주변국 그리고 미국에 커져가는 위기감을 안겼다”며 지난해 가장 심각했던 위기로 북핵을 꼽았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사실상 운명의 시계를 움직인 주역으로 꼽았다. “당사국들의 과장된 언사와 도발적인 행동이 오판 혹은 실수로 핵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을 키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동맹국이든 적대국이든 더 이상 미국의 행동을 신뢰 있게 예측하지 못한다”며 트위터 등을 사용해 타국 정상을 비난하는 트럼프의 ‘실명 거론식 외교’를 비난하기도 했다.

핵과학자회는 미국과 러시아의 계속된 마찰,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변국의 긴장 고조와 미중 갈등, 이란 핵 협상에 대한 미국의 불확실한 태도 등도 운명의 시곗바늘을 재촉한 불안 요소로 꼽았다. 기후 변화, ‘가짜뉴스’의 득세도 운명의 시계가 움직인 이유로 거론됐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사업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시카고대 학자들이 1947년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고안해 낸 운명의 시계는 그해 ‘자정 7분 전’으로 출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시곗바늘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과학자회 과학·안보이사회는 1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평가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운명의 시계는 미국에 이어 소련도 수소폭탄을 개발한 1953년에 자정 2분 전을 기록했고, 대기권 핵실험 등을 금지한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PTBT)이 체결된 1963년엔 자정 12분 전까지 물러났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미국이 군비경쟁을 예고한 1980년대에는 시곗바늘이 자정 3분 전(1984년)으로 다시 지구의 운명을 재촉했었다. 냉전이 종식된 1991년에 가리켰던 자정 17분 전이 종말에서 가장 멀리까지 달아난 시간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