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집중’ 비판 의식 집단지도체제 틀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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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9차 당대회 폐막]시진핑의 ‘전술적 후퇴’

24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사상’이 당장(黨章)에 삽입됨에 따라 시 주석의 권력이 한층 더 강화됐다. 마오쩌둥(毛澤東) 및 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권위를 당의 최고 권위 규범에서 보장받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덩샤오핑이 물려준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무력화될 운명을 맞았지만 기본 틀만은 파괴하지 않아 심모원려(深謀遠慮)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25일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발표될 7명의 상무위원 명단에서 50대인 후춘화(胡春華·54) 광둥(廣東)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57) 충칭(重慶)시 서기가 빠지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오러지(趙樂際·60) 중앙조직부장과 왕후닝(王호寧·62)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포함돼도 시 주석 후임이 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에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을 경우 덩샤오핑 이후의 ‘격대지정(隔代指定·전전임 최고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후임을 지정하는 것)’ 전통을 깨는 것이다.

시 주석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는 명분은 ‘앞으로 5년간 업무 실적을 보고 후계자를 정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력 누수를 막고 자신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시키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反)부패 숙정 과정에서 많은 적을 만든 시 주석이 퇴임 후를 대비해 최소한 자신을 배반하지 않거나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을 인물을 고르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다.

시 주석은 6월 30일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 홍콩주둔군 열병식과 7월 30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주르허(朱日和) 훈련기지 열병식에서 덩샤오핑과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 전임자들이 사용해온 ‘수장(首長)’ 대신 ‘주석(主席)’ 호칭을 썼다. 군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권력과 권위를 추구하면서도 너무 노골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전술적인 후퇴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반부패 칼잡이’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퇴임시켜 7상8하(七上八下·67세 이하만 상무위원 진입) 불문율을 깨지 않은 것이다. 왕 서기가 남으면 2022년에 69세가 되는 시 주석도 물러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일종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인 셈이다.

‘당 주석’ 호칭은 화궈펑(華國鋒)도 잠시 쓰다 덩샤오핑에 의해 박탈당했지만 마오쩌둥이 사망 때까지 사용해 ‘당 주석=마오’를 의미한다. ‘시 핵심’ 호칭을 얻은 이후 ‘당 주석’까지 노리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마오와 같은 반열에 서려고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상무위원 수를 9명에서 7명으로 줄인 뒤 5명으로 더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분분했다. 하지만 이는 집단지도체제를 파괴하는 것인 데다 다른 계파에 대한 안배 필요 등으로 백지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집단지도체제#권력 집중#시진핑의#전술적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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