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린 前 이스라엘 장관 “트럼프, 중동 평화해법 부정 발언… 그렇다면 대안 있는지 묻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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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 베일린 前 이스라엘 장관
“美 중동업무 강경 유대인이 좌우… 이스라엘 지식인들 우려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공존을 합의한 ‘오슬로 협정’의 설계자 요시 베일린 전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중동과 한반도 정세가 모두 불안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중동학회 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공존을 합의한 ‘오슬로 협정’의 설계자 요시 베일린 전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중동과 한반도 정세가 모두 불안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중동학회 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위한 ‘2국가 해법’과 이란 핵 협정은 완벽하진 않지만 이전보다 중동을 안정되게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시 베일린 전 이스라엘 법무장관(69)은 23일 한국외국어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베일린 전 장관은 한국중동학회가 주최한 ‘불확실 시대, 중동의 화합과 번영의 길 모색’ 학술대회(22∼24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이란 핵 협정과 2국가 해법은 당사국들과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고민해서 찾은 방법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폄훼하고 예측 불가능한 발언도 자주 한다”며 “이는 중동 정세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통 유대교 성향이 강한 유대인(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 등)들에게 민감한 중동 관련 업무를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이스라엘 지식인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중용 인사’도 중동과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국정 경험이 없는 딸(이방카)과 사위(쿠슈너)를 백악관 주요 보직에 앉히는 건 중세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가뜩이나 불확실성과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이런 (뒤처진) 모습을 보이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치학 교수 출신인 그는 이스라엘 진보 진영의 대표 인사 중 한 명이다. 일각에선 ‘평화협정 전문가’로도 평가한다. 경제기획부(1995년), 총리실(1995∼1996년), 법무부(1999∼2001년) 장관을 지낸 그는 1992년 이스라엘 외교부 차관으로 활동하며 이-팔 분쟁의 긴장도를 크게 완화시킨 조치로 평가받는 ‘오슬로 협정’(1993년 체결)을 설계했다. 당시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은 두 진영의 평화 공존에 합의했고, 팔레스타인 임시 자치정부 출범의 계기가 됐다. 라빈 총리는 1995년 11월 팔레스타인에 대한 유화책에 불만을 품은 극우인사에게 암살됐다.

베일린 전 장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계속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사태는 이-팔 분쟁보다 복잡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팔 분쟁은 문제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하는 구조지만 한반도 문제는 남북은 물론이고 주변국(미-중-러-일)이 모두 참여할 수밖에 없어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또 “팔레스타인의 리더들은 그 나름대로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해 북한 지도층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베일린 전 장관은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결국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 같다”며 “한국과 미국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타인#트럼프#요시 베일린#트럼프 중동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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