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수니파 7개국, ‘친이란’ 카타르와 단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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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UAE-이집트 등 잇단 선언
“테러 지원-시아파 선동 차단” 명분… 이란 견제-주변국 단속 다목적 포석
카타르 “근거 없는 부당 조치” 반발

중동의 대표적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예멘 리비아 몰디브 등 수니파 7개국이 5일 카타르와 국교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 관영 SPA통신은 이날 “사우디 정부는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여러 종파적 조직과 테러조직을 포용하는 카타르와 외교관계 단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UAE, 이집트, 바레인, 예멘 정부도 유사한 성명을 발표했다.

수니파 7개국은 카타르가 ‘시아파의 맹주’ 격인 이란은 물론이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카타르의 ‘내정 간섭’을 문제 삼았는데, 이는 카타르가 이란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자국 내 시아파까지 선동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우디의 경우 주요 유전과 담수화 시설이 있는 동부 지역의 인구 다수가 시아파여서 이란의 부상과 이에 따른 시아파의 이탈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주류 수니파 국가들이 핵협상을 통해 국제사회로 부상하는 이란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의 다른 주변 국가들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수니파 국가 중 상대적으로 이란과 가까운 카타르를 본보기로 삼은 것이란 설명이다. 이란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인 쿠웨이트와 오만은 이번 결정에 동참하지 않았다.

카타르는 사우디를 ‘큰형님’으로 모시는 걸프 지역 수니파 왕정국가와 달리 이란과도 교류채널을 유지하는 등 독자 외교노선을 걸어왔다. 아랍권에서는 비교적 폭넓은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고, 개혁·개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근본주의 색채가 강한 사우디의 신경을 자극해 왔다.

갈등을 폭발시킨 것은 지난달 23일 카타르 언론에 보도된 카타르 국왕의 연설이다. 당시 카타르 국영통신 QNA에 따르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은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을 옹호하며,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국민의 적법한 대리인으로 표현했다.

이 보도가 걸프 지역에 파문을 일으키자 카타르 정부는 “해킹에 의한 가짜 뉴스이며 근거 없는 주장에 의한 부당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은 카타르의 주요 언론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치로 1981년 이 지역 주요국들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GCC 회원국들은 그동안 적극적인 경제협력과 자유로운 왕래 등을 추구해 왔고, 한때 단일통화 체제도 검토했다. 이번 사태로 이란에 적대적인 사우디, UAE, 바레인과 덜 적대적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으로 입장이 나뉘게 됐다.

박민우 minwoo@donga.com·이세형 기자
#친이랑#카타르#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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