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는 건들면 터지는 지뢰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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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총장에 이어, 구테흐스 현 총장도 잇단 논란에 곤혹
구케흐스 총장, “위안부 합의 내용 지지가 아니라, 한일 간 해결 원칙 지지” 해명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28일 별도의 논평을 통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동에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합의에 따라 해결할 사안이라는 데 동의했는데 이는 구체적이 합의 내용이 아니라, 위안부 해법의 본질과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양국에 달렸다는 원칙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본 언론들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난 27일 이탈리아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를 따로 만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간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지지와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마치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내용(합의 이행)에 구테흐스 총장이 힘을 실어준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한 관련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자 두자릭 대변인의 논평으로 긴급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유엔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국인 최초의 사무총장’인 반기문 전 총장도 같은 이슈로 큰 논란과 비판에 휩싸인 적이 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가 발표된 직후인 2016년 1월1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년 인사 통화에서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청와대의 브리핑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당시 야당 측은 “대망(대권 도전)론이 끊이지 않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었고 청와대는 그의 발언을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을 약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 논란은 반 전 총장의 대권 도전 행보에도 적잖은 걸림돌이 됐다. 그는 지난 1월 귀국 직후부터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과 관련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즉 “반 전 총장은 ”한일 양국 간 오랫동안 현안이 됐던 문제에 대해서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서 환영을 한 것일 뿐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분쟁이 있는 당사국들 간에 협상을 통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완벽한 결론은 아니더라도 중간 단계든지 그래서 양국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협상을 통한 합의를 환영하곤 했다“고 말했다. 또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야당 측은 ”반 전 총장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있다. 신뢰 없는 사람“이라고 재차 공격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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