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방위비 늘려라”… 美, 나토에 최후통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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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증액 안하면 방위공약 조정”… 美, 나토 전체예산의 72% 부담
각국 GDP의 2%수준 지출 요구
다음 타깃은 韓-日 가능성 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연말까지 방위비를 증액하라”고 시한을 특정해 공식 요구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서방 집단안보 체계인 나토에 해외 미군 주둔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국, 일본에도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매티스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된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연말까지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조정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더 이상 미국 납세자가 서구 가치의 방어를 위해 불균형한 분담을 할 수 없다”며 “미국이 이 동맹 관계에 대한 공약을 조정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당신의 돈으로 우리의 공동 방위에 대한 지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 최후통첩을 했다”(워싱턴포스트)는 평가가 나왔다.

반대로 나토 회원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앞으로 열 달 안에 방위비 인상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서진(西進) 정책을 추진하며 회원국들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기도 곤란한 처지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나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방위비로 지출해 나토 유지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28개 나토 회원국 중 이 기준을 맞추는 국가는 미국 그리스 폴란드 영국 에스토니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의 나토 방위비 분담 수준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라고 여길 만하다. 2015년 현재 총 나토 예산 9005억 달러 중 72%가 넘는 6500억 달러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각국이 내는 분담금은 400억∼600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워싱턴에선 일부 나토 회원국들이 추가로 ‘GDP의 2% 이상 방위비 지출’ 기준을 충족하면 나토 동맹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가 나토를 상대로 방위비 인상 압박을 공식화한 만큼 다음 차례는 한국과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달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할 때 더 강하다. 마찬가지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미 행정부는 탄핵 심판에 따라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새 정권과 주요 한미 이슈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차기 정부 출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차이 날 뿐 인상 요구는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달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밝힌 “한국은 미군을 지원하는 데 상당히(large amounts) 기여하고 있다”는 외교적 수사만 믿다간 갑작스레 올해 말까지 방위비 인상 요구를 받은 나토 회원국 꼴이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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