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올린 후 36시간 만에 세상 떠난 男, “어떡해~”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11시 40분


코멘트
사진출처=도밍고 로드리게즈 페이스북
사진출처=도밍고 로드리게즈 페이스북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남성이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린 후 36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백혈병 환자 라울 이노호사와 그의 약혼녀인 이본 라마가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이노호사는 어느 날 병원 원목에게 “그녀(이본 라마)와 결혼을 하고 싶다”며 마지막 소원을 말했다.

당시 병실에 있던 라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방을 둘러보며 ‘누구랑?’이라고 물으며 장난을 쳤지만 그를 위해 결혼식을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목 역시 당장 결혼식을 추진했고 라마는 약혼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결혼소식을 알렸다.

가족과 병원도 이들이 하루 빨리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이노호사와 라마는 11년 간 함께 했다. 라마는 “그는 존경스럽고, 로맨틱한 남성이다. 그리고 내게 모든 것을 주는 남자였다”라며 “그는 언제나 나를 미소짓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노호사와 라마 사이에는 9세 아들이 있다. 라마는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세 딸도 있었다. 이노호사는 세 딸 역시 자신의 자녀처럼 극진히 돌봤다.

라마는 “그는 아버지로서도 만점이었다. 내 아이들을 무척 잘 돌봐줬고 아이들이 힘들 때 꼭 함께 있어줬다”라고 말했다.

이노호사는 2007년 라마에게 프러포즈를 했지만 두 사람은 더 좋은 때를 기다렸다. 이노호사는 라마에게 동화 같은 결혼식을 올리게 해주고 싶어 열심히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가 백혈병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그 꿈은 산산조각 난 듯 했다. 병원비가 쌓이기 시작하자 평범한 결혼식 조차 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가족과 병원 직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결혼식 당일에 간호사들이 줄을 지어 방 안에서 신부를 기다렸고 신부 라마는 아버지와 함께 병실로 입장했다. 라마는 “걸어오면서 정장을 입은 이노호사를 보며 숨이 멎을 뻔했다. 그만큼 그는 정말 멋졌다. 이건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라고 말했다.

비록 동화 같은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이노호사와 라마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부부가 됐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노호사는 결혼식을 올리고 난 뒤 36시간 만에 사망했다.

CNN은 “결혼 후 라마는 성이 이노호사로 바뀌었는데 그가 한 첫 서명이 남편의 사망진단서였다”라고 알려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