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지배’ 구축 시진핑 ‘10년 집권’ 불문율 깰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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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이후 관례로 굳어져… 시진핑, 장기집권 추진說 솔솔
왕치산 서기 내년 유임여부 주목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지켜온 ‘10년 집권’의 불문율을 깨고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시 주석은 권력 기반을 꾸준히 강화해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이후 처음으로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은 10일 “최근 개막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시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직 유임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전·현직 지도자들이 비밀리에 허베이(河北) 성의 휴양지 베이다이허에 모여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 통신은 “시 주석의 총서기직 유임 추진 여부는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내년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유임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덩샤오핑은 자신이 물러나면서 후임 권력자에게는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한 차례 연임해 10년씩 집권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시 주석이 집권 10년째인 2022년 이후에도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내놓지 않는다면 ‘10년 집권’의 내규를 깨는 첫 최고지도자가 된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로 왕 서기의 내년 유임 여부가 지목된 것은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게만 적용되는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공산당 내규에 따른 것이다. 당대회 개최 시점에 ‘67세이면 유임하고 68세는 퇴임 하차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현재 7명인 정치국 상무위원 중 시 주석(1953년생)과 리커창(李克强·1955년생)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내년 가을 19차 당대회에서 퇴임해야 한다.

시진핑 체제에서 ‘반(反)부패 사령탑’을 맡고 있는 왕 서기는 내년 19차 당대회에서 69세가 된다. 왕 서기가 ‘칠상팔하’라는 관례를 깨고 유임될 경우 2022년에 70세가 되는 시 주석에게 선례를 만들어 ‘팔하’의 규정을 받지 않고 상무위원에 남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왕 서기를 유임시킬 경우에는 ‘반(反)부패의 지속적인 추진’이 대표적인 명분으로 거론된다. 윌리 람(林和立) 홍콩 중문대 교수는 시 주석이 총서기직을 내려놓는 것을 거부할 확률이 60∼70%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이 총서기로 남아도 국가주석은 헌법상 5년 임기가 규정돼 있어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한 총서기직만 유지하면서 최고지도자로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의 최고 권력을 나타내는 지위는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3가지다. 덩샤오핑은 중앙군사위 주석 직함만으로 10여 년간 최고지도자로 군림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왕치산#집단지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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