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관식’ 美 공화당 전당대회, 혼란 속에 개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대관식’인 공화당 전당대회가 18일 오후(현지 시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농구 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개막했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25명의 연사가 찬조 연설을 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대선후보들이 전당대회 마지막 날 참석했던 전례를 깨고 부인의 연설에 앞서 이례적으로 깜짝 등장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21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하지만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대거 불참하는데다 전당대회 시작 3시간여 만인 오후 4시경 반(反)트럼프 대의원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설전을 벌이는 등 대회는 혼란 속에 시작됐다. 트럼프 반대파는 경선 결과대로 트럼프에 의무적으로 표를 던져야 하는 ‘구속 대의원’도 양심에 따라 자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며 표결을 요구했지만 표결에 필요한 7개 주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USA’ 등의 구호를 외치고 일부 반대파는 항의 표시로 대회장을 떠났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테러사건으로 숨진 희생자의 어머니와 생존자는 표결 소동 이후 이어진 찬조연설에서 “힐러리(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는 감옥에 가야하고 죄수복을 입어야 한다”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를 죽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2001년 발생한 9·11테러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줄리아니 전 시장도 “내가 뉴욕시를 위해서 했던 일을 트럼프가 미국을 위해서 할 것”이라며 “이제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고 하나로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줄리아니의 연설이 끝난 후 록 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 노래에 맞춰 무대에 등장해 부인 멜라니아를 “다음 영부인”이라고 소개하며 전당대회에 깜짝 등장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만약 당신과 나라를 위해 싸울 사람을 원한다면 트럼프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유일한 공화당 전 대선 후보 밥 돌을 소개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