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부서 골리앗-데릴라 묻혔을지 모를 무덤 최초 발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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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남부에서 히브리 성경(구약)에 나오는 블레셋인의 공동묘지가 최초로 발굴됐다. 이 무덤에선 200구가 넘는 유해가 발굴돼 DNA분석을 통해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현생 유대인 및 팔레스타인인과 유전적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추적 가능하게 됐다.

2013년부터 이 무덤 발굴조사를 주도한 미국 하버드대 보스턴대 위튼대 트로이대 공동발굴단은 10일 이스라엘 남부 아쉬켈론(구약 표기로 아스글론) 인근의 공동묘지 유적과 유해를 공개했다. 이 무덤은 방사성 동위원소 추적결과 기원전 11~8세기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발굴단이 3년 넘게 비밀리에 발굴조사를 진행한 이유는 초정통파 유대인들이 반대시위를 벌이며 발굴 작업을 방해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구약에 등장하는 블레셋(히브리어로 플레셋, 영어로 필리스틴스)은 유대인의 시조인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지금의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전에 정착한 민족으로 유대민족의 최대 숙적이었다. 구약에는 이들이 서쪽 땅에서 이주해와 원주민이었던 아위 족을 물리치고 이스라엘 남부 비옥한 해안가의 다섯 도시(가사 아스돗 아스글론 가드 에그론) 중심의 느슨한 도시연맹체를 유지하며 오랜 세월 유대민족과 각축전을 벌였다고 기록돼있다. 남자로는 다윗 왕이 소년시절 돌팔매로 물리친 거인 골리앗이 유명하고, 여자로는 천하장사 삼손을 유혹해 그 약점을 캐낸 요부 데릴라가 있다.

블레셋인은 다윗 왕 시절 가나안에서 밀려났고 바빌론의 느브갓네살 왕의 정복으로 멸망했다고 구약은 전한다. 하지만 그 이름은 ‘블레셋의 땅’이란 뜻의 팔레스타인이란 지명으로 남아있다. 학자들은 블레셋인이 고대 에게 해의 미케네문명을 건설한 그리스계 이주민으로 구성된 해양민족일 것으로 점쳐왔다.

발굴단을 이끈 대니얼 매스터 위튼대 교수는 “30년에 걸친 블레셋 유적에 대한 조사 끝에 마침내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블레셋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도기와 일부 유해가 발굴되긴 했지만 이 정도 대규모 유적과 유해가 발굴된 것은 처음인데다 상당수 유해의 DNA 보존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구약의 미스터리 중 하나인 블레셋인의 정체에 대한 비밀을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고, CNN은 “골리앗도 이 무덤에 묻혔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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