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시설로 변한 형무소…감옥 가려 범죄 저지르는 日노인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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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님, 밥 언제 줘요?”

일본의 형무소(교도소)가 거대한 노인 간병시설로 변하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돈도 친지도 없는 일본 노인들이 의식주가 해결되고 간병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감옥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법무성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4년 1년간 범죄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형사범은 전후 최소로 줄었으나 이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8.8%로 역대 최고치였다. 절도 사건이 3만4000여 건으로 고령자 범죄의 70%를 차지했다.

일본 소재 연구기관 ‘커스텀 프로덕츠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좀도둑 범죄의 35.1%가 60세 이상 노인에 의한 것이고 피의자 가운데 같은 종류의 범행을 6차례 이상 저지른 상습범이 40%나 됐다.

이들이 똑같은 죄를 계속 짓는 이유는 일부러 감옥에 가기 위해서다. 감옥에 있으면 공짜 식과 건강관리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감옥을 나오면 특별히 갈 곳이 없다. 형기를 마친 고령 전과자가 요양 간병시설에 들어가려 해도 전과 기록 때문에 입소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쾌적한 감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절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 형무소에서는 노인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대신 쇼핑카트를 밀면서 집단 작업을 하는 장소로 향하는 모습이 드물지 않다. 고령으로 인지증을 앓는 복역자도 늘어 간수가 옷을 입고 용변을 보는 것까지 돕고 약 먹는 일까지 일일이 지도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각기 다르지만 지역사회나 가족과 관계가 끊어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모아 둔 돈이 어느 정도 있어도 의지할 가족이 없는 노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절도범으로 입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 법무성 교정국 관계자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수형자들을 지역 사회복지 시설이 받아들여주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형무소로 돌아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와 범죄학자들은 은퇴자를 포함한 노인 범죄율 급증이 고령화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일본의 고령화는 앞으로 더 빨리 진행돼 2060년에는 65세 이상이 인구의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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