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예상깨고 ‘러스트 벨트’도 접수… “굿바이 샌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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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의 선택]대세 굳힌 힐러리-트럼프
‘미니 슈퍼 화요일’ 5곳 모두 승리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자신의 무덤이 될지 모른다던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대회전에서 녹슬지 않은 인기와 관록을 과시하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러스트 벨트’는 한때 제조업 중심지로 영화를 누리다가 지금은 쇠락한 미국의 중동부 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한때 활황을 누리던 공장 지대가 녹슨 채 방치돼 있어 ‘녹슨 지대’라는 뜻으로 붙여졌다.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민주당 경선이 펼쳐진 5개 주 가운데 오하이오, 일리노이, 미주리 3개 주가 러스트 벨트에 속한다.

미 언론은 이 3개 주가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클린턴의 승기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버뮤다 삼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흑인보다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4·버몬트)을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 계층이 밀집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경선에서 클린턴이 샌더스에게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미시간 주 역시 러스트 벨트에 속한다. 샌더스도 이를 염두에 두고 클린턴 전 장관을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은 자유무역협정(FTA) 지지자로 몰아세우며 러스트 벨트 유권자의 상실감을 깊이 파고들었다. 실제 러스트 벨트 3개 주에서 실시한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의 우위가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경선 결과 클린턴은 우세가 점쳐지던 남부의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외에도 러스트 벨트 3개 주까지 모두 5개 주를 싹쓸이하는 대승을 거뒀다. 당초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됐던 중부 오하이오 주에서 샌더스를 여유 있게 따돌렸고, 일리노이 주와 미주리 주도 접전 끝에 함락시켰다.

이로써 클린턴은 슈퍼 대의원까지 1561명을 확보해 민주당 후보로 최종 확정되는 매직넘버 2383명까지 822명이란 숫자만 남겨뒀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이날까지 확보한 민주당 대의원 수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을 상대로 확보한 대의원 수보다 3배가 많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자신의 상대가 샌더스가 아니라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어느 대선 후보가 1200만 명의 이민자를 체포하고,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고, 고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를 강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망치는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은 엄포와 편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와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더욱 벌렸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달 3∼6일 실시한 조사에서 클린턴은 51%로 트럼프(38%)를 13%포인트 차로 앞섰다. 같은 기간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공동조사에서도 50% 대 41%로 클린턴이 9%포인트 앞섰다. 지난달 15∼17일 폭스뉴스 조사에서는 클린턴 47%, 트럼프 42%로 5%포인트 차였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데이비드 플러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테드 크루즈보다 위험한 경쟁자”라며 “민주당은 샴페인을 일찍 터뜨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새로운 지지 계층을 발굴해 끌어모으는 반면 민주당 경선 참여율은 낮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이날 회심의 일격엔 실패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경선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다음 전장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이날 애리조나 주에서 선거 유세에 나선 샌더스는 “후보 지명의 길로 가고 있다는 우리의 확신은 변함없다”며 힐러리의 승리를 평가절하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힐러리#민주당#미니슈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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