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사이 ‘역대 최악의 열대성저기압’ 3개 집중 발생,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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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를 강타하면서 최소 18명의 사망자와 6000명이 넘는 난민을 발생시킨 사이클론 ‘윈스턴’은 역대 최악의 사이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풍속이 최대 296~325km로 2002년 발생한 사이클론 ‘조’와 2006년 발생한 사이클론 ‘모니카’의 최대 풍속 250㎞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래서 ‘남반구 최악의 열대성 저기압’이란 챔피언 타이틀도 따라다닌다.

그럼 북반구를 강타한 역대 최악의 열대성 저기압은 뭘까. 폭풍우로 발전하는 열대성 저기압은 지역에 따라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는 것은 태풍, 북대서양과 북태평양 동쪽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이다. 과거 호주 인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폭풍우는 윌리윌리로 불렀으나 지금은 사이클론이란 통칭되고 있다.

과거엔 중심기압이 얼마나 낮은가를 기준(드보락 수치)으로 평가했으나 기상관측장비의 발달로 최대 풍속이 그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그 최대 풍속의 기준이 다르다. 한국·일본에선 10분간 평균 풍속, 미국은 1분간 평균 풍속이다.

한국·일본 기준에 따르면 역대 최악의 태풍은 10분 최대 풍속 260km를 기록한 1979년 태풍 ‘팁’(중심기압 870hpa)이고, 2위가 232km를 기록한 2013년 태풍 ‘하이옌’(895 hPa)이다. 하지만 미국 기준을 따르면 하이옌은 1분 최대 풍속이 315km에 이르러 팁의 306km를 넘어섰다. 심지어 순간 최대 풍속이 380km까지 나간 하이옌은 2013년 11월 필리핀을 강타해 7800여명의 사망자·실종자와 4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발생시켜 ‘괴물 태풍’이란 악명을 얻었다.

북반구의 또 다른 열대성 저기압 허리케인 중엔 누가 최악일까. 2015년 10월 ‘퍼펙트 스톰’이라 불리며 미국과 멕시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퍼트리샤’(872hpa)가 있다. 퍼트리샤의 1분 최대 풍속은 342km로 하이옌을 능가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다행히 인구밀집 지역을 피해 상륙해 많은 피해를 남기진 않았다.

미국은 열대성 저기압에 의한 폭풍을 풍속에 따라 5개 범주로 분류한다. 카테고리 1은 시속 119km 이상, 카테고리 2는 시속 154km 이상, 카테고리 3은 시속 178km 이상, 카테고리 4는 시속 209km 이상 , 카테고리 5는 시속 254km 이상이다.

이를 대입해보면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 2015년 10월 허리케인 퍼트리샤, 2016년 2월 사이클론 윈스턴은 모두 카테고리 5를 훌쩍 뛰어넘는 ‘괴물 폭풍’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역대 최악의 열대성저기압 3개가 27개월 사이에 집중 발생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열대성 저기압이 이렇게 흉포해지는 이유는 뭘까.

국가태풍센터의 오임용 기상예보관은 “지구온난화와 2014년 12월 이후 발생한 수퍼 엘니뇨 그리고 기상관측장비의 발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로 인해 해수면과 기상 간 온도차가 더 벌어지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괴물 폭풍’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위성 관측 장비의 발달로 열대성 저기압의 위력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 괴물 폭풍의 또 다른 특징은 여름철이 아닌 가을·겨울철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오 기상예보관은 “태풍의 위력은 그 발생 빈도수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태풍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가을·겨울철에 오히려 강력한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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