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두자녀 정책’ 시행후…방 3개 아파트 인기, 비뇨기과 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2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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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워킹맘 스텔라 니 씨는 최근 4순환로 근처에 있는 방 4칸짜리 아파트를 시세보다 비싸게 팔았다. 1년이 넘도록 집이 팔리지 않아 걱정했는데 올해 둘째 아이를 낳으려는 부부들을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새 집을 구하지 못해 딸 아이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려던 계획이 어그러진 것. 그는 10일 중국 영문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근처에 방 3, 4개짜리 집은 나오는 즉시 팔려 나가 매물이 없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올해부터 정부가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 사회에 다양한 변화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최근 “35년 만에 아이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게 되면서 큰 집과 큰 차의 인기가 치솟고 비뇨기과에는 실수로 둘째를 가질까봐 정관(精管)을 묶었던 남성들의 복원술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베이징 북부 아시안게임빌리지 인근의 방 3칸짜리 아파트 값은 두 자녀 정책이 예고된 지난 6개월 동안 20만~100만 위안(약 3600만~1억 8400만 원) 가량 치솟았다고 베이징 최대 부동산업체 리엔찌아가 밝혔다.

공인중개사 리 용 씨는 SCMP에 “둘째를 낳을 계획으로 큰 집을 찾는 고객이 30% 이상”이라며 “부모와 자녀 2명, 조부모 또는 베이비시터가 함께 살려면 방 서너 개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119㎡(36평) 이상 아파트 값도 지난 한 해 동안 지역별로 30~60% 올랐다. 학군이 좋은 동네의 큰 집들이 부동산 경기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베이비시터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12년 전 베이징으로 이사와 산후도우미,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등으로 일하는 구오옌링 씨(여)는 월 평균 1만 위안(약 183만 원)을 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일자리가 늘 거란 기대감이 퍼지면서 A급을 중심으로 월급이 두 배 가량 뛰었다”며 “경력과 스펙이 좋은 A급들은 두 배 더 받는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는 시골 출신 중년 여인이나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다.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류저우(柳州) 시에 사는 20대 대졸자 이 모 씨는 “사무직 여성이나 대졸자도 베이비시터 일에 관심이 많다. 언니, 동생과 함께 베이징으로 건너가 전문 베이비시터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관영 런민왕(人民網)에 말했다.

가임 적령기가 지나버린 부부들도 마음이 급하다. 허베이(河北) 성 우한(武漢) 시에 사는 이 모 씨(49)는 최근 정관 복원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런 날이 올 줄 모르고 아들(23)이 세 살 때 정관 수술을 받았다. 아내와 둘째를 갖기로 합의해 복원 수술을 했다”고 했다. 장쑤(江蘇) 성에 사는 서 모 씨(42·여)는 “경제적 여유는 있는데 건강이 문제”라며 “나도 남편도 적지 않은 나이라 임신 전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급히 분만실과 의료진 확충에 나섰다. 산후 조리원들은 한국산 분유와 기저귀를 대량 구비하는 등 고급화 경쟁에 돌입했다. 신화통신은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다목적 차량 수요가 증가하고, 분유 기저귀 장난감 산업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1980년부터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을 지난해 12월 폐지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신생아 1700만 명 이상이 더 태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위원회는 12일 “2050년까지 노동 인구가 3000만 명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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