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진핑은 北中관계 개선 앞서 김정은에 核포기 설득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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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과 국경을 맞댄 지린 성의 옌볜 조선족자치주와 창춘 시 등을 취임 후 처음 방문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창춘-지린-투먼을 연결하는 ‘창지투’ 개발 사업에 대해 “동북아 협력을 위해 중요하다”며 개방 작업의 모델로 만들라고 말했다. 북한도 창지투 개발과 연계해 나선특구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린 성을 개발하면서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으로선 북의 전략적 가치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는 혈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냉랭했다. 지난달 말 미국을 찾은 류옌둥 부총리 등 중국 고위 대표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북한이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개발하려는 병진노선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대북 지원을 계속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란 핵협상이 14일 타결된 직후 이뤄진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북에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 북의 김정은이 핵을 포기 않고 버티면 결국 중국이 다시 손을 내밀 것이라는 착각을 갖게 해선 안 된다. 이란은 북과 달리 아직 핵실험도 하지 않았고, 서방의 강력한 제재가 효력을 발휘했기에 핵협상 타결이 가능했다. 반면 유엔의 대북 제재는 중국이 북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란 핵협상을 주도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란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해 제재가 해제된다면 북한도 위험스러운 경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2년 전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한국을 방문해 “중국도 동북3성이 북한과 접해 있는 만큼 북한에 비핵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직접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면 북도 중국처럼 발전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북핵을 그냥 둔 채로는 동북아의 공동 번영은 헛꿈에 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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