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아베 비판하면 노골적 압박 ‘중국 돈 받고 쓴 기사’ 인격모독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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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5년 근무 독일신문 특파원 ‘아베정권의 국수주의’ 폭로

2012년 독도 방문 2012년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독도를 방문한 카르스텐 게르미스 기자. 그는 독도 방문 후 일본 외무성이 자신을 오찬에 초대한 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자료를 수십 장 건넸다고 칼럼에서 털어놨다. 일본외국특파원협회 홈페이지 캡처
2012년 독도 방문 2012년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독도를 방문한 카르스텐 게르미스 기자. 그는 독도 방문 후 일본 외무성이 자신을 오찬에 초대한 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자료를 수십 장 건넸다고 칼럼에서 털어놨다. 일본외국특파원협회 홈페이지 캡처
“일본군 위안부는 팩트(fact·사실)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14, 15세 소녀들이 자진해서 군 위안부가 됐다는 주장을 어느 나라가 믿겠나. 국제적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고 이걸 비판하는 해외 언론을 일본 정부는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5년간 일본 도쿄(東京)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독일의 대표적인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의 카르스텐 게르미스 기자가 마타도어(matador·흑색선전)를 동원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언론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일본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임기를 끝내고 독일 함부르크로 돌아간 그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듭 거론하며 아베 정권의 고노 담화 검증 등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기소 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한국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특파원들의 언론 자유는 한국이 훨씬 더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국민들은 바깥 세계에서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이는 일본 주요 언론이 해외의 시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그는 일본외국특파원협회 월간 기관지인 ‘넘버원 신문’ 4월호에 기고한 ‘나의 시각(On My Watch)’이라는 장문의 칼럼에서 아베 정권이 역사 수정주의를 비판하는 해외 언론의 본사 편집국에 직접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역사 수정주의를 공격하자 프랑크푸르트 주재 일본총영사가 FAZ 본사 국제담당 편집장을 찾아가 항의문을 전달하고 기사가 중국의 반일(反日) 선전에 이용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본사 편집장이 기사가 잘못됐다는 증거를 요구하자 총영사는 답변을 하는 대신 ‘돈이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며 “나를 비롯해 편집장과 신문사 전체를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르미스 기자는 “내가 베이징에서 돈을 받는 스파이라고? 나는 중국에 간 적도 없고 비자를 신청한 적도 없다”며 분노했다.

그는 또 칼럼에서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가 FAZ 편집장을 만나기 2주 전 외무성 관료들과 점심을 했다며 “그 자리에서 그들은 내가 ‘역사 지우기’라는 단어를 쓴 것과 아베 총리의 국수주의적 움직임이 일본을 세계에서 고립시킬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항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독도를 방문하거나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고 오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이 자신을 점심에 초대해 일본의 주장을 입증하는 자료를 잔뜩 내밀었다고도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어 일본 외무성이 대놓고 비판적인 보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엘리트들의 생각과 해외 미디어 보도 간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는 아베 총리의 리더십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명백한 방향 전환, 즉 역사를 지우기 위한 우파들의 움직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아베 정부는 자국 국민들에게도 솔직하지 않다”며 “일본 대중도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내부의) 화합은 (정부의) 압박이나 (대중의) 무지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일본 해외 공관들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뉴욕 주재 일본총영사관은 맥그로힐 출판사와 미국 교과서 집필자에게 수정을 요구하다가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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