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日, 위안부 문제 제대로 해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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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총리 訪日]이번엔 日야당대표 만나… 연일 촉구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 “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라”며 전날보다 강도 높게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먼저 꺼내며 “동아시아 상황을 생각할 때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해결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전날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다”며 우회적으로 일본을 비판한 것과 달리 이날은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또 ‘전후 70년을 맞이했지만 한국 중국과의 화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어땠느냐’는 오카다 대표의 질문에 “과거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과거와 마주 보며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사 청산은 일회성 사죄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의미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과거사 청산이 모두 끝났다고 주장하며 사죄와 망언을 되풀이하는 일본의 태도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한국만을 거명해 “일본과 한국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어 화해가 중요하다”며 최근 한국과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일본 외무성을 겨냥했다.

오카다 대표도 “고통을 준 쪽은 빨리 잊고 싶지만 고통을 받은 쪽은 쉽게 잊을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화해의 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화답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기자들에게 “일본과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어떤 상황에서 전후 처리에 임했는지, 어느 국가가 주변국인지 등의 경위가 달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상회담에서는 역사에 대한 대화가 전혀 없었다”며 한국을 중국과 묶어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도 위령협회 주최로 스미다(墨田) 구에서 열린 도쿄 대공습 70주기 추도법회에 일본 총리로는 처음 참석해 “과거와 겸허하게 마주하고,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며,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 대공습의 원인인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침략전쟁 말기인 1945년 3월 10일 미국 폭격기 B29 300여 대는 도쿄에 소이탄을 집중 투하하는 대공습을 단행해 10만여 명이 사망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메르켈#위안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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