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 재혼은 아직도 간통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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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회의 바티칸서 개막… 이혼-혼전임신-피임 등 敎理논쟁
한국은 염수정 추기경 등 3명 참가

“왜 많은 가톨릭 교인들이 이혼, 혼전임신, 피임과 같은 가족 이슈에 대해 교회의 가르침을 버리는지에 대해 바티칸은 창조적이고 겸손하게 접근해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이혼과 재혼, 동성결혼 등 민감한 가족 문제에 대한 교리를 논의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5일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개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서 교황은 ‘자유로우면서도, 창조적인’ 공개토론을 주문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4일 재혼한 교인의 영성체 참여 금지 원칙 등에 대한 완화는 전 세계에서 온 200명의 주교 사이에서 격렬한 이념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이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회로부터 ‘결혼 무효’ 판정을 받지 않은 채 재혼하면 간통으로 간주해 왔다. 이혼이나 재혼한 교인은 미사 중 축성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영성체 의식에 참여할 수 없다. 영국 왕 헨리 8세는 캐서린 왕비와 헤어지고 앤 불린과 결혼하려다 바티칸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아예 별도의 영국 성공회를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재혼한 가톨릭 신자가 처한 곤경은 오늘날의 교회가 지녀야 할 자비의 정신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동거부부, 혼전에 아이를 가진 남녀를 포함한 20쌍의 결혼 미사를 집전해 결혼에 대해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교황의 파격을 우려하는 보수적인 시각도 많다. 교황청 재무원장 조지 펠 추기경(전 호주 시드니대교구장)도 “이혼자와 재혼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면서 혼인의 ‘불가해소성’ 교리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릭 워런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보수 인사 48명도 앞서 교황에게 서신을 보내 “미국에서 이혼율이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교황이 결혼에 대한 변치 않는 진실을 알려주기를 바란다”며 전통적 교리를 수호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는 19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리며 총 253명이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지역교회 대표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대의원 자격으로, 세계여성연합회 상임이사인 권경수 이화여대 교수가 특별서기협력관으로 참석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가톨릭#재혼#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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