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열발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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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저류층 생성기술 개발로 생산단가 천연가스보다 싸질듯
美 투자급증… 한국도 건설 추진

지열(地熱)발전이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 때문이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EGS를 이용하면 지열발전이 앞으로 미 전력 수요의 10%까지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네바다 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 최초의 EGS 프로젝트는 현 지열발전의 전력생산량을 38%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부의 더그 홀렛 지열기술국장은 “EGS를 이용하면 1kWh를 만드는 데 2∼5센트(20∼50원)면 된다. 싼 천연가스도 6∼7센트가 든다”고 말했다. 에너지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EGS 기술이 상업성을 확보해 지열발전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EGS는 셰일가스를 추출할 때와 유사하게 땅속 깊이 시추공을 뚫고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해 암석을 깨뜨려 인공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인 저류층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든 저류층에 다시 집어넣은 물이 가열되면 발전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EGS를 이용하면 화산지대가 아닌 지역에서도 지열발전이 가능하다. 한반도만 하더라도 지하 4∼5km의 평균온도가 150도이다. EGS를 이용하면 지열발전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현재 전통적 방법으로 지열발전소 1기를 개발하려면 최소 500만 달러(약 51억 원)가 필요하지만 절반 가까이가 실패한다. 기존 지열발전소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EGS를 이용한 지열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경북 포항에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가 2015년 시험가동에 들어가면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EGS를 이용한 지열발전소를 갖는다. 영국 독일 프랑스도 EGS를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열발전이 확산될수록 환경보호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진 발생 우려가 크다. 실제로 2009년 12월 스위스는 바젤에서 진행하던 EGS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상업적 지열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작업 도중 리히터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도 스위스 장크트갈렌 시 인근에서 지열발전을 위한 시추 및 실험을 하다가 규모 3.6의 지진이 일어났다.

또 저류층을 생성할 때 물 대신 암석을 녹이는 화학물을 사용한다면 지하수와 주변 지하 토양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열발전#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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