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해커부대 5명 기소… G2 사이버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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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 6곳 해킹 비밀절취 혐의
中, 주중 美대사 불러 강력 항의… 스노든 거론하며 “적반하장” 반박
美와의 사이버 안보대화도 취소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해킹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 충돌했다.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장교 5명을 미국 기업 등에 대한 사이버 해킹 혐의로 기소하자 중국은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이번 기소가 중국의 해상영토 주권 강화에 대한 미국의 응징이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츠버그 연방대배심(배심원 12명)의 배심원 평결 결과로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 소속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 절취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정에 기소한다고 밝혔다. 중국 해커부대 소속인 피고인들은 미국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철강회사인 US스틸 등 6개 기업 등의 컴퓨터와 내부망에 침입해 모두 31차례에 걸쳐 정보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홀더 장관은 “미국 기업 관련 정보를 경쟁관계인 중국 관영기업에 빼돌려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사이버 해킹 혐의로 외국 정부 관계자를 자국 법정에 회부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범인들의 현상수배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인민해방군에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측은 강력 반발했다.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19일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신화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에 정 부장조리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날조하고 있다”며 기소 철회를 요구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국무부 담당자를 만나 강력 항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의 사이버 안보 대화도 취소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초강수를 둔 것은 해킹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기업 해킹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280억∼1200억 달러(약 28조5600억∼122조4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또 중국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자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생산하는 컴퓨터에 비밀장비를 심어 정보를 빼내왔다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거론하며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중국국가인터넷응급중심은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절도자이며 중국에 대한 제1의 공격 국가”라고 비난했다.

중국군을 미국 법정에 세울 수 없어 이번 기소는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에 따라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제임스 루이스 사이버안보 전문가는 NYT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번 기소에 보복하고 싶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하거나 스노든의 폭로를 토대로 미국 당국자들을 역으로 기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중국 해커#사이버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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