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 잔해 사흘째 못찾아… 이슬람단체 “우리가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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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머독 트위터서 이슬람 성전 언급’
웨이보 게시글에 댓글 600개 달려… 위구르족 탄압 보복 테러설 확산

남중국해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200(MH370편)의 행방이 사고 발생 사흘째인 10일까지 오리무중인 가운데 한 이슬람 단체가 이번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의 중국권 매체 보쉰(博迅)은 9일 ‘중국열사여단’이라는 이슬람 단체가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 지도자는 일부 누리꾼과 언론인에게 e메일을 보내 “이번 사건은 우리를 잔혹하게 박해한 말레이시아 정부와 위구르족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박해한 중국 당국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구르족 단체가 ‘동(東)투르키스탄’이라는 명칭 대신에 중국이라는 이름을 쓰는 등 사건의 배후로 단정하기엔 미심쩍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위구르족 테러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0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이번 사고가 신장(新疆) 독립을 주장하는 위구르족의 테러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자신의 트위터에 쓴 글이라며 ‘보잉 777기 사고는 지하드(이슬람 성전)가 중국에 문제를 일으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보여준다’는 내용의 화면을 올렸다. 이 글에는 이날 오후 600여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1일 쿤밍(昆明)에서 위구르족 테러단체로 추정되는 집단의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뒤인 데다 말레이시아가 회교권 국가라는 점도 이런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도난당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여권을 소지한 승객 2명이 아시아계라고 밝혀 공항 보안관리에 구멍이 뚫렸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 여권들은 인터폴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었는데도 당국이 대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의 흔적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영통신사 베어나마는 사고 추정 지역에서 발견됐던 기름띠의 성분을 확인한 결과 항공기에는 사용하지 않는 벙커유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벙커유는 주로 대형 화물선에 쓰인다.

중국은 10일 외교부 공안부 교통운수부 민항총국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조사단을 말레이시아로 파견해 공동조사에 착수했다. 또 시안(西安)위성통제센터는 하이양(海洋) 펑윈(風雲) 등 10개에 이르는 인공위성을 잔해 수색을 지원하는 데 투입했다고 중국쥔왕(軍網)이 보도했다. 한편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이 테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 인권민주화운동 정보센터는 9일 중국 지도부가 업무를 보고 있는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 및 인민대회당에 민간 여객기가 접근하면 격추하라는 긴급 명령을 군 지도부에 하달했다고 밝혔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유덕영 기자
#말레이시아#여객기 실종#이슬람단체#위구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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