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읽을 줄은 아니?” 흑인조롱에 멍든 하버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세계의 지성 무색한 인종차별 심각… 흑인학생들 피해고발 인터넷사진전

“학교 교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경청되지 않았다. 우리의 경험은 평가절하되고 우리의 존재는 의문시됐다. 이번 사진전은 우리가 일어서서 이 교정을 향해 소리치는 방식이다. ‘우리는 여기 있다’고.”

제도화된 흑인 차별에 신물이 난 일군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개 고발하는 인터넷 사진전을 열고 나섰다. ‘나도 하버드대 학생이야’라는 이름의 인터넷 사진전에는 현재까지 63명의 흑인 학생이 참가해 세계 지성의 전당이라는 학교의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이 대학 2학년인 기미코 마쓰다로런스 씨는 “너 읽을 줄이나 아니?”라는 글이 쓰인 푯말을 든 사진에 등장했다. 지난주 금요일 밤 흑인 친구와 교정을 걸어갈 때 경험한 치욕적인 경험을 표현한 것이다.

“술에 취한 두 명의 백인 남학생이 걸어왔어요. 그중 한 명이 내 얼굴에 대고 이렇게 말했죠. ‘너 읽을 줄이나 아니?’라고요. 흑인 학생들이 교내에서 지적인 능력을 의심받는 많은 장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번 운동의 조직자이기도 한 그녀는 지난해 봄방학 때부터 몇몇 친구들과 함께 이번 운동을 계획하고 준비해 왔다. 하버드 흑인 학생조직 회원인 이들은 40여 명을 인터뷰하는 등 사례를 수집했다. 동급생인 캐럴 파월 씨는 자신의 경험을 들고 자원한 흑인 학생들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텀블러에 올렸다.

한 여학생은 “나는 너에게 엉덩이춤을 어떻게 추는지 가르쳐주지 않을 거야”라고 적었다. 흑인 학생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엉덩이를 흔들며 놀기만 한다는 백인들의 편견을 꼬집은 것이다. 다른 여학생은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서 “너의 내면은 검지 않을 거야”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글을 내걸었다. “나는 색깔로 사람을 보지 않는다”거나 “너는 백인이지. 근데 뭐가 어때서?”라는 항의성 글도 많았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하버드대#흑인학생#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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