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오바마, 또 ‘예산 치킨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2일 03시 00분


하원 ‘오바마케어’ 전액 삭감 통과
민주 반발… 정부기관 폐쇄 초읽기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정치 업적으로 꼽히는 건강보험 개혁법안, 이른바 ‘오바마케어’의 출범에 필요한 예산을 통째로 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은 20일 2014회계연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잠정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0표, 반대 189표로 가결했다. 연방정부가 올해 12월 15일까지는 현재 수준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가입자 등록이 시작되는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이 몽땅 빠진 것에 오바마 행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의 격한 예산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잠정 예산안 통과 직후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미 국민과 상식의 승리”라며 “우리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미국인들은 정부 폐쇄를 원하지 않지만 오바마케어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주리 주 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를 볼모로 삼아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그들(공화당)은 당신들에게 초점을 두지 않고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미국은 빈털터리 나라가 아니다”라는 말을 세 번이나 썼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미 예산안 협상 결렬에 대비해 모든 정부 기관에 일시적 폐쇄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하원의 잠정 예산안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조항을 수정한 뒤 다시 하원으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까지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이 상·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극히 일부의 정부기관을 제외한 연방 정부가 다음 달부터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17차례나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너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증액하기 위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빚을 갚는 것은 의회의 헌법상 의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관리들이 말했다.

미 의회는 올해 2월 말 연방정부 부채가 법적 상한인 16조7000억 달러에 이르자 5월 18일까지 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임시방편에 합의했다. 이후 정부는 예산지출 감소와 긴급자금 수혈 등 임시방편을 써서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하는 실정이다. 연방정부 부채는 다음 달 중순 상한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상한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은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게 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존 베이너#오바마케어#오바마#미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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