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밭 만들려고 녹색 페인트를…中 공무원 ‘황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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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시 당국이 잔디를 싱그럽게 보이게 하려고 초록색 페인트를 뿌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청두 시 조경과 직원들이 도로 주변에 조성된 풀밭에 초록색 페인트를 뿌리는 장면을 현지 기자들이 촬영해 보도했다.

이들이 뿌리고 있는 페인트는 '탑 그린'이라는 현지 염료 제조업체가 만든 '탑 그린 터프 그리닝 에이전트(Top Green Turf Greening Agent)'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두시 시민 허 타오 씨는 차이나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부 2명이 잔디에 스프레이를 뿌리자 누런 잔디가 초록색으로 변했다"면서 "잔디를 페인트로 칠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건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탑 그린 측은 "유독성 물질이 아니라 단순한 초록색 염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탑 그린의 판매원인 양 씨는 "우린 청두 시 당국에 최소 5~6년간 이 염료를 납품해왔다"면서 "톈진 시를 비롯해 북서부 지역의 여러 지방 당국들도 우리의 고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염료를 골프장에도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탑 그린의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염료는 그 색상이 10~14주 동안 유지되며 빗물에도 씻겨나가지 않는다. 또한 토양도 녹색으로 변화시킨다고 설명한다.

업체 측이 '무독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은 초록색 페인트로 '새로 단장한' 잔디밭을 산책하자 신발이 초록색으로 물들었다며 불평했다.

청두 시 조경과는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앞서 현지 언론에 "살포한 화학 물질은 겨울 동안 잔디가 살아있도록 도와주는 영양분의 일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탑 그린의 양 씨는 이에 대해 "우리가 판매하는 염료에는 영양분이 들어있지 않다"면서 "아마도 시 당국이 무언가를 추가했나 보다"라고 추측했다.

한편 중국 당국의 이 같은 황당한 '녹화사업'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윈난성 푸민현 정부는 채석장으로 쓰이다 폐쇄된 라오서우산 산허리 전체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는 어이없는 녹화사업으로 주민을 황당하게 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풍경을 인위적으로 꾸민 사례도 있었다.

과거 마오쩌둥이 시골로 현장 지도를 나가면 현지 간부들은 곡물들을 뿌리째 뽑아 마오쩌둥이 지나는 길가로 옮겨 심어 논밭이 풍성해 보이도록 연출을 했다.

또한 최근에는 관광객들에게 내몽골이 푸르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황폐한 초원에 가짜 양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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