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걸린 독립” 감격에 찬 코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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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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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맡아온 국제조정기구 “감독 종료” 선언… 주권 획득

1990년대 세르비아의 무차별 학살로 굴곡진 역사를 걸어온 발칸의 ‘검은 새’ 코소보가 10일 독립 선언 4년 만에 완전한 주권을 획득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터키로 구성돼 2008년부터 코소보의 치안 및 감독을 맡아온 국제조정기구(ISG)의 피터 피스 대표는 이날 “코소보 감독 기간이 드디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는 “코소보 역사의 시금석이 되는 날”이라면서 “코소보가 국제사회로부터 주권국임을 인정받았다”며 기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코소보가 긍정적이고 결단력 있는 국민성을 바탕으로 현대 민주국가의 근간을 마련하는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축하했다.

세르비아어로 ‘검은 새’란 뜻인 코소보는 한국 경남만 한 발칸 반도의 소국이지만 이들의 주권 획득은 유럽 역사에서 엄청나게 큰 의미를 지닌다. 14세기 오스만튀르크제국에 정복당한 이래 베오그라드왕국과 유고슬라비아연방 등 주변 강국의 영토 다툼에 휘말리며 걸어왔던 눈물 어린 피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이 무너진 뒤 독립한 세르비아 치하에서 1990년대 겪었던 코소보 사태는 20세기 유럽 최악의 분쟁으로 기록됐다. 무장 독립투쟁을 벌여왔던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 수만 명이 1998년 악명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인종청소’ 명령으로 목숨을 잃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개입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코소보의 홀로서기를 거부한 세르비아 때문에 크고 작은 유혈사태를 치렀다.

하지만 코소보는 2008년 역사적 전기를 맞이했다. 미국과 영국, 한국 등의 공식 지지에 힘입어 자치 독립을 선언한 것. 러시아, 중국 등의 맹렬한 반대에도 당시 69개국이 지지했으며 현재 90여 개국이 ‘독립국가 코소보’를 인정하고 있다. 코소보는 2010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의 독립 인정을 거쳐 이번 ISG의 감독 종료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날 선언이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코소보의 독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세르비아다. 이날도 이비차 다치치 세르비아 총리는 “그들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깎아내렸다. 다치치 총리는 전범 밀로셰비치 정권의 대변인 출신이다. 자국 내 소수인종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해 코소보 독립을 껄끄럽게 여겨온 러시아와 중국, 조지아 등 반(反)코소보 세력도 여전히 많다.

열악한 경제상황도 불안 요소다. 해외 원조가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실업률은 50%를 오르내리기 일쑤다. 1인당 GDP는 겨우 300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스스로 국경과 치안을 지킬 힘도 미약하다. 세르비아는커녕 코소보 북부에서 활동하는 세르비아계 반군 퇴치도 요원한 실정이다. ISG가 감독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NATO 평화유지군 6000여 명이 계속 주둔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BBC 뉴스는 “완전한 독립은 선언으로 얻는 게 아니다. 그걸 지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코소보#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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