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분쟁지역 성범죄와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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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성범죄 특별팀 추진

시리아를 비롯해 지구촌 분쟁지역 곳곳에서 성폭력이 상대방을 제압하는 공격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보다 못한 국제사회가 분쟁지역의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9일 시리아 정부군이 반정부 세력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종의 무기로 활용하는 실태를 보도했다. 범죄 대상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 포함돼 있다.

시리아 난민들은 “정부군이 반정부 세력을 겁주기 위한 수단으로 성폭행 위협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홈스에서 도망쳐 나온 파티마 씨는 “집에 들이닥친 정부군은 ‘남편이 있는 곳을 불지 않으면 강간하겠다’고 위협했다. 거부하자 실제로 강간하려 했으나 구사일생으로 도망쳤다. 홈스에서는 정부군들이 여성을 전쟁의 전리품으로 여긴다”고 증언했다.

요르단 강 부근에서 시리아 난민의 탈출을 돕는 라미 씨는 자신이 만난 17세 소년의 이야기를 전했다. “상태가 아주 안 좋아 보이는 그 소년은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더니 말도 안 하고 먹으려 하지도 않았다. 체포된 후 구금 장소에서 두 명의 관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하더라.” 휴먼라이츠워치의 나딤 코우리 중동지역 부국장은 “구금시설에서 성폭행은 굴욕감과 수모를 주고 공포심을 일으키기 위한 고문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분쟁지역에서 자행되는 성폭력은 시리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유엔은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최소 25만 명의 여성이 성폭행당한 것으로 추산했다. 보스니아 내전 때는 성폭행 피해여성이 최대 5만 명 정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에서 분쟁지역 성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마르고트 발스트룀 특사는 2월 우간다 반군단체인 ‘신의 저항군’ 등 악명 높은 분쟁지역 성범죄 가해자들을 지목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외교부는 29일 분쟁지역의 성범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한 특별대응팀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경찰, 법의학전문가, 의사, 심리학자, 변호사 등으로 특별팀을 구성해 성범죄가 자행되는 징후를 포착하면 즉각 해당 지역에 파견하겠다는 것. 특별팀은 전문지식을 발휘해 성범죄에 대한 법의학적 증거를 수집하고 법정에서 인정될 피해자 증언,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은 “시리아에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살인, 고문, 탄압과 함께 성폭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끔찍한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말해 특별팀의 첫 번째 파견지가 시리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은 올해 말까지는 특별팀 구성을 마칠 예정이며 주요 8개국(G8) 의장국을 맡는 2013년 이 문제를 의제로 채택해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날 런던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발표회에는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도 참석해 지지를 표했다. 졸리가 처음 연출해 화제가 된 영화 ‘피와 꿀의 땅에서’도 상영됐다. 이 영화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전쟁 성범죄를 소재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성범죄#시리아#분쟁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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