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서 42년 이발소 운영… 비결은 ‘자물통 입’


1970년 문 연 ‘조 큐 이발소’ 역대 하원의장 대부분이 단골
78세 주인 “정치 얘기-험담 No 고객들이 한 말 절대로 안옮겨”
싸우던 의원들 이곳 오면 ‘휴전’

워싱턴 로비스트 제프 마이어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이발사 주세페 조 콰트로네 씨(78). 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워싱턴 로비스트 제프 마이어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이발사 주세페 조 콰트로네 씨(78). 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당신과 나는 공통점이 있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절대 이발사가 될 수 없지.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의원이 될 수 없듯이 말이야.”

미국 워싱턴 시내 하원의사당 레이번 빌딩 지하 B323호 ‘조 큐(Joe Q) 이발소’.

이달 초 프랭크 루커스 공화당 하원의원(오클라호마)이 이발사 주세페 조 콰트로네 씨(78)에게 이렇게 말하자 ‘조 큐’는 의원의 머리를 깎으며 빙긋이 웃기만 했다. 1970년부터 이곳에서 이발사 일을 시작해 4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 큐에 대해 루커스 의원은 “그는 하원의사당의 살아있는 역사”라며 “절대 은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8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12세 때 이발기술을 배운 조 큐는 지역구 의원의 소개로 1970년부터 하원빌딩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하원의장은 여성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밖에 없다. 이발소 안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고 에드워드 케네디 전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등 수십 명의 유명 인사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빼곡하게 걸려 있다.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심하게 충돌할 때도 의원들은 이곳에서만큼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머리를 깎거나 은은한 면도거품 냄새를 맡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조 큐는 의원과 보좌관이 대부분인 고객에게 험담이나 가십을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치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고객이 머리를 깎으면서 한 어떠한 말이라도 나중에 옮기는 경우가 결코 없다.

의원들은 ‘조 큐 이발소’를 ‘가족 이발소’라고 부른다.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는 뜻에서다. 머리카락이 없어(?) 이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의원과 보좌관에게도 그는 멘토이자 친구다. 의원보좌관인 마이클 넬슨 씨는 대머리지만 바람을 쐬듯 그냥 이발소에 들르곤 한다. 사람들은 워싱턴 정치에 넌더리를 내며 정치인을 비난하지만 조 큐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항상 옹호한다. “의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해요. 힘든 직업이지요. 세금으로 월급을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자리임이 분명합니다.”

조 큐가 이발소를 처음 시작한 1970년만 하더라도 하원빌딩에는 이발소 다섯 곳에 이발사가 14명, 구두닦이 4명, 매니큐어리스트가 3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조 큐가 운영하는 이발소 하나만 남았다. 그는 전속이발사 1명과 파트타임 이발사 1명, 그리고 구두닦이 1명을 두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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