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北 첫 메시지 “MB정부 상종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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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를 끝내자마자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하면서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장례 동안 불허했던 개성공단 이외 지역의 방북을 재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반응이다. ‘김정은 북한’의 첫 대외 메시지가 원색적 대남 비난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011년 12월 30일 국방위원회가 ‘민족의 대국상 앞에 저지른 이명박 역적패당의 만고대죄를 끝까지 결산할 것’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국방위 대변인 성명’은 4차례 나온 적이 있었지만 ‘국방위 성명’은 처음이다. 이교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최고기관의 위엄을 담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는 성명에서 △남한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무회의 소집 △북한 주민과 정권을 분리한 조의 표시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육해공군 경계태세 강화 등을 열거하며 “그 무슨 ‘급변사태’와 ‘체제변화’를 유도해 보려는 고약한 속내의 발로”라고 맹비난했다.

국방위는 “이명박 패당의 악행은 남녘 동포의 조의 표시와 조문단 북행(방북)을 막아선 데서 극치를 이뤘다”며 “인륜도덕을 짓밟는 불망나니의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역적패당을 끝까지 따라가 씨도 없이 태워버리는 복수의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성명이 나오기 직전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이외 지역의 방북을 허용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추도 기간이 지나고 정상을 되찾은 만큼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향적 남북관계를 만들려던 정부의 뺨을 때린 격이다.

성명은 정부의 대북 유연화 조치도 비난했다. 지난해 9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한 이래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 재개 등 일련의 유연화 조치를 취해 왔다. 하지만 국방위는 “우리가 바라는 북남관계 개선은 이명박 역적패당이 떠드는 ‘강경’과 ‘유연성’, 그것을 뒤섞은 교활한 술수에 기초한 개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추도대회 다음 날 김영삼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방위 성명의 내용과 표현이 실망스럽다”면서도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내부 결속력 다지기 차원에서 성명을 낸 것인지, 실제 앞으로 대화를 않겠다는 쪽으로 정책노선을 펼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도 “동물도 겁을 먹으면 짖지 않느냐. 이번 국방위 성명은 체제가 불안정한 북한이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외 메시지는 1월 1일 내놓을 신년공동사설에 더욱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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