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교육 위장전입’ 한국 뺨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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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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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도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위장전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학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해 입학한 사례가 올해 79개 지방공공단체에서 219건 적발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보다 13%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들 중 상당수는 거주지 주소를 허위로 기재했는데, 입학을 원하는 학교의 통학거리 안에 있는 친척 혹은 친구의 주소를 이용하거나 학교 근처에 임시로 아파트를 얻어 주소를 옮겼다.

미국에서 위장전입은 ‘학군 건너뛰기(boundary hopping)’로 불린다. 미국 역시 부모의 생활수준과 학력이 높은 가정이 모여 있는 지역일수록 명문 학군으로 꼽힌다. 수도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실리콘밸리 인근인 캘리포니아 주 팰러앨토 같은 지역이 대표적이다. 반면 도심 빈민층 지역은 기피 학군이다. 학군 간 학력 차도 상당히 심하다. 위장전입은 중산층 이하 흑인과 히스패닉 가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오하이오 주의 켈리 윌리엄스 볼라 씨(여)는 지난해 두 딸을 더 좋은 공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거주지를 자신의 아버지 주소로 적어 입학시켰다가 올 9월 발각돼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징역형도 가능했지만 주지사의 재량으로 경범죄로 경감돼 집행유예 3년에 80시간의 지역봉사활동 명령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도 ‘대학 위의 대학’이란 별명까지 붙은 최고의 엘리트 양성기관인 그랑제콜 등 명문대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파리나 수도권 명문 공립학교 근처에 임시로 아파트를 얻어 주소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위장전입이 유치원 때부터 이뤄진다는 보도도 나온다.

대학 입학생 모집에 지역 할당제를 도입한 중국에서는 ‘입시 이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도시의 성적이 좋은 학생이 학력 수준이 높지 않은 농촌 지역으로 주소를 옮긴 후 그 지역에 할당된 베이징(北京)대 등 명문대에 지원하는 식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입시철만 되면 유력자 자녀의 ‘대입 이민’ 적발로 골치를 앓는다.

위장전입을 적발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매사추세츠 주 학교들은 특수 조사관을 고용해 학생들을 미행하게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설업체에 의뢰해 몰래카메라로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촬영하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 업체는 위장전입을 고발하는 정보원에게 250달러(약 29만 원)의 사례금도 준다. 캘리포니아 주의 우수 학군인 프리몬트 유니파이드 학군은 위장전입 적발 시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 지방단체들은 인기 공립 초등학교 및 중학교 입학원서의 약 10%를 무작위로 뽑아 원서에 기입된 주소와 납세 기록 같은 공공서류를 대조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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