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에서 중도우파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포퓰리즘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경제위기에 봉착한 유럽 5개국 집권 세력이 줄줄이 정권을 내놓았다.
20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은 개표가 끝난 결과 44%의 득표율로 총 350석 중 186석(2008년 154석)을 확보해 안정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집권 사회당은 29%의 득표율을 기록해 110석(2008년 169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당이 7년 반 만에 정권을 되찾은 것인데 1975년 프랑코 독재가 끝난 이후 우파의 최대 승리다.
PIIGS(남유럽 PIGS 4개국+아일랜드) 5개국 정권이 도미노가 쓰러지듯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이었다. 과도한 공공부문 지출로 건전한 재정과 은행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유럽국들은 갑작스러운 유동성 부족과 자산 거품의 붕괴에 직면했고 결국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의 손을 벌린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으로 서둘러 임금 및 일자리 축소, 세출 삭감 등의 긴축 정책에 나섰지만 국민 불만은 잠재울 수 없었다.
결국 조기 총선(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또는 연립 정권의 지지 이탈(그리스, 이탈리아)을 통해 정권의 교체가 이뤄졌다. 내년 2월 19일(예정) 조기 총선까지 과도 정부를 출범시킨 그리스와 관료 중심의 거국 내각을 띄운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나머지 3개국은 모두 중도 우파가 새로 집권했다.
무너진 정권들은 하나같이 포퓰리즘적 성격이었다. ‘켈틱 타이거’로 불리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 달러를 넘었던 아일랜드의 브라이언 카우언 정부는 경제 체질 개선에 신경 쓰기보다 과도한 외자 유치에만 몰두했다. 올 6월 조기총선에서 패하고 물러난 조제 소크라트스 포르투갈 전 총리도 6년간 집권하며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금융 위기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두 번째 구제금융을 요청한 뒤 국민이 반발하자 무턱대고 금융구제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고 했다가 비판 속에 물러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전 총리, 그리고 엄청난 국가 부채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채 섹스스캔들과 기행을 일삼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 두 지도자는 리더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경우다.
5개국의 새 총리들은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과감한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복귀해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금융에 정통한 경제전문가를 소방수로 내세웠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에서 공부한 관료 및 학자 출신이다. 또 유럽연합(EU)에서 일한 유로존 지지자로 EU와 유럽의 지원을 얻고 있다.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제1야당 대표 출신으로 집권당의 경제 실정이라는 반사이익을 보고 집권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케니 총리와 파수스 총리는 집권 후 경제 위기에 무난하게 대응하면서 구제금융 정국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탈리아 위기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채 수익률이 다시 오르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여 라호이 총리가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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