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홍수전문가 수파라싯 교수 “무능한 정부-낡은 인프라가 부른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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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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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국민성도 피해 키워”

‘사공이 많아 갈피를 못 잡는 정부 대책, 낡은 배수시설, 너무 낙관적인 국민성….’

태국에서 ‘홍수 전문가’로 통하는 세리 수파라싯 랑싯대 교수(사진)가 이번 태국 홍수 사태를 최악의 인재(人災)로 진단하며 짚은 문제들이다. 10월 30일 방콕 시내 타이PBS 방송국에서 만난 그는 “이번 홍수 사태로 태국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7월 말 내린 폭우가 3개월 후인 지금에야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해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나.

“일단 비가 너무 많이 왔다. 평소 강수량보다 20∼30%가 많았다. 명백한 자연 재해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인재였다. 무엇보다 30년 전 강우 패턴에 맞춰져 있는 현재의 배수시설이 문제였다. 이런 시설로는 어떤 자연 재해도 감당할 수 없다.”

―지나친 도시개발과 삼림파괴도 한 가지 원인으로 지적된다.

“도로와 주택 건물을 건설하느라 자연적인 배수로를 막았다. 방콕 북부에서 유입된 물이 시내를 통과해 바다로 흐르기 위해서는 수로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피해가 막심했던 아유타야와 빠툼타니에 있는 공장들은 저지대에 있어서 피해가 컸다. 애초부터 이곳에 공장을 짓지 말았어야 했다.”

―정부는 제대로 대처했다고 보는가.

“정부는 뒤늦게야 홍수 문제에 우선순위를 뒀다. 폭우가 시작됐을 때 태국 북부의 댐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을 저장해 놨다. 만약 정부가 제때 물을 방류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면했을 것이다. 홍수구호운영본부와 방콕 시 또한 손발이 맞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대책을 논의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다.”

―태국 중부의 피해지역을 가보니 적지 않은 주민이 낚시나 수영을 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어나지 않은 문제에 대해 고민을 회피하려는 태국인의 국민성이 피해를 키운 것도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돈므앙 근처에 있는 우리 집이 피해를 볼 줄 알면서도 설마 하다가 수몰됐다.(웃음)”

방콕=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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