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요새 함락]카다피 “요새에서 전술적으로 철수”… 반군, 카다피 목에 18억원 현상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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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측의 마지막 저항기지였던 밥알아지지아 요새까지 반카다피군의 손에 함락되자 카다피의 행방에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생포, 사살 등 그의 거취에 리비아 정국의 향배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반군은 24일 카다피 목에 200만 디나르(약 18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밥알아지지아가 반카다피군의 손에 넘어간 뒤 카다피는 차남이 소유한 알오루바 라디오방송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으로부터 64차례 공습을 받아 요새는 콘크리트더미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술적 이유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이날 알라이TV를 통해 방송된 음성 메시지에서 “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용의주도하게 트리폴리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나는 트리폴리가 위험에 빠져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카다피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점을 이용해 외신기자들이 머물고 있는 트리폴리 릭소스 호텔에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카다피의 전 참모였던 아부바커 사드 교수는 CNN을 통해 “카다피가 밥알아지지아 요새 지하벙커에 있다는 주장은 애초부터 의심스러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다피는 군인 출신이어서 적군의 손에 벙커 파괴용 무기가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요새 지하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망명한 카다피의 한 측근도 알자지라 방송에 “카다피는 트리폴리 외곽 민가나 소규모 사원을 번갈아가며 은신처를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료는 “카다피는 지금도 트리폴리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1986년 미군이 트리폴리를 폭격했을 때 카다피 원수는 경호원 한두 명만 대동한 채 사막을 유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렸을 때 목동 생활을 했던 그는 정해진 장소 없이 임의의 장소에 텐트를 치게 한 뒤 잠을 자고 다음 날 또 이동하는 방법을 구사했다고 한다. 인적이 없는 사막에서 이런 방법으로 옮겨 다니면 찾아내기 매우 힘들다. 카다피 원수가 당시의 경험을 살려 이후 사막 여러 곳에 비밀은신처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가 벌써 해외로 망명했다는 설도 나온다. 유력 망명지로는 튀니지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꼽힌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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