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산아제한 역풍… ‘쌍둥이 임신약’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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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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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등 남부지역 중심… “쌍둥이 낳아 한자녀 피하자”‘다태아 임신약’ 암거래 기승

‘약을 먹어 쌍둥이나 세 쌍둥이를 낳아 한 자녀 출산 제한을 피하자.’

중국 백성들 사이에는 ‘상부에 정책이 있으면 하부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오래전부터 내려왔다. 왕조시대든 공산혁명 이후든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펴면 나름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는 말이다.

1979년부터 ‘계획생육(計劃生育)’이라는 명목으로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최근 쌍둥이를 낳기 위해 약에 의존하는 부모가 크게 늘고 있어 국민보건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4일 동아일보가 중국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누리꾼들끼리 ‘효험이 묘한 약’을 소개하고 판매를 유도하는 등의 정보 교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배란유도제가 마치 다태아 임신을 시켜주는 ‘비방’처럼 알려져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다.

미국 ABC방송도 3일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등 중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다태아 임신을 촉진하는 약’을 먹어 한 자녀 제한을 피하려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클로미펜 사이트레이트’ 등의 약물을 복용하면 쌍둥이나 세 쌍둥이를 임신할 확률이 일반 여성보다 20∼30% 높아진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양저우(揚州)만보에 따르면 ‘다태아 출산 촉진 약’을 처방하는 장쑤(江蘇) 성의 한 병원은 산모 1600여 명 중 쌍둥이 출산 산모가 24명으로 비율이 1.5%에 달해 중국 전체의 쌍둥이 출산율 1.1%보다 높았다.

이런 약은 의사의 처방이 요구되며,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중국 내에선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판매되고 있다.

차의과대 강남차병원 한지은 교수는 “임신을 돕기 위해 처방하는 클로미펜을 복용해도 쌍둥이가 임신될 확률은 5∼8%라는 것이 정설”이라며 “쌍둥이 임신 확률은 낮은 반면 너무 오랜 기간 연속적으로 복용하면 자궁 내막이 얇아져 임신이 잘 안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배란유도제 복용으로 어렵게 임신이 돼 출산했으나 아이 출생 시 몸무게가 1.6kg으로 저체중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다태아 임신 약’의 효과가 의문시될뿐더러 아이와 산모 모두에게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러 자녀를 낳아 대(代)를 잇고 싶어 하는 전통적인 관념과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자녀를 더 갖고 싶어 하는 중국 부모들의 열망 때문에 ‘쌍둥이 임신약’ 열풍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은 성비 불균형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여아 100명당 남아 비율은 121명(정상은 103∼107명)까지 높아졌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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