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된 체조 금메달리스트… 어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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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중국의 체조 스타가 지하철에서 구걸을 하는 사실이 알려져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2001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체조 링 종목 금메달을 따며 유망주로 주목받던 장상우(張尙武.28) 씨가 최근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역에서 구걸을 하는 모습이 누리꾼들에게 포착됐다.

장 씨는 지하철역 출구에서 물구나무서기 등 간단한 체조 기술을 보여주고 행인들로부터 푼돈을 받았다. 그는 154㎝의 단신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천부적 재능을 보여 12살 때인 1995년 이미 국가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앞길이 창창한 선수였다.

장 씨는 2001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링 개인 종목과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며 일약 체조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2003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우던 장 씨는 그러나 2002년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 재활을 시도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국가대표팀에서 방출돼 고향인 허베이성 체조단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부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그는 2005년 결국 허베이성 체조단에서도 나오며 체조인으로서의 인생을 완전히 접고 방황하던 중 좀도둑질을 하다 2번이나 공안에 붙잡혀 구속되는 등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다.

그러던 그가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은 할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렸을 때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키운 할아버지가 뇌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되자 치료비를 마련해보겠다면서 거리에서 다시 체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상태에서 행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는 물구나무서기 같은 간단한 동작밖에는 없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사회 각계에서 장 씨를 돕겠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고향인 허베이성 바오딩(保定)시 체육국은 자체 모금한 3600위안을 할아버지의 치료비로 써 달라며 장 씨 가족에게 전달했다.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양(楊揚)이 설립한 '챔피언기금'은 취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돕겠다고 나섰다.

장 씨의 사연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그의 안타까운 사정에 동정을 나타내는 한편, 중국 체육계가 정상에 서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선수들의 사회 정착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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