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테러계획 정보 분석… “서구 - 亞 경제혼란 노려”
외부 공격으론 침몰 안돼… “내부서 폭발시켜야” 지령
축구장 3개를 합친 것보다 거대하고 매우 느리다. 방문할 나라들의 총기 수입 규제법과 총기 사고에 따른 대형 폭발을 우려해 20명 정도의 비무장 선원만 타고 있다. 소총 몇 정만 든 오합지졸 소말리아 해적들조차 쉽게 납치할 수 있는 보안수준이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4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등을 오가는 대형 유조선들의 주요 특징이다. 이달 초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유조선의 이런 취약점에 주목해 대형 유조선과 해상 석유시설에 대한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AP통신이 21일 미 정보당국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20일 행정부 내 관련 부처와 에너지업계에 “알카에다가 최근까지 유조선의 규모와 건조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며 대테러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미국이 빈라덴을 사살하면서 은신처에서 확보한 테러 계획 정보에 의하면 빈라덴은 유조선 테러를 통해 국제 원유 가격을 급상승시키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세계 경제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원유 유출로 인한 바다오염도 세계에 패닉을 불러올 수 있다. 목적이 세계 경제 혼란과 공포 조성이므로 어느 나라의 유조선이든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빈라덴은 조직원들을 유조선에 직접 승선시켜 유조선 내부에서 폭탄을 터뜨려 배를 침몰시킨다는 작전을 구상했다. 테러리스트를 직접 승선시키겠다는 것은 과거 몇 차례 ‘테러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7월 페르시아 만에서 일본 미쓰이상사 소속 유조선이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았지만 원유 유출 등의 큰 피해는 없었다. 최근 원유 유출 사고 등에 대비해 유조선 선체의 하부 및 측면을 두 겹의 강판으로 만들어 외부 공격으로 유조선을 침몰시키기 어렵게 된 것도 새로운 작전을 만들게 한 요인이었다.
AP는 알카에다 외에도 일부 테러 집단이 대형 유조선의 납치 및 테러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유조선의 경우 테러 공격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4월 이라크를 출발한 32만 t급 유조선 삼호드림호가 해적들에게 납치돼 선원들이 7개월 만에 풀려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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