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의 실수? 카다피의 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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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반카다피군 행렬 오폭… 외신 “카다피 교란에 속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전투기가 1일 밤 리비아 동부에서 반카다피군에 폭격을 가해 민간인 4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졌다. 리비아 군사작전이 시작된 지난달 19일 이후 다국적 연합군의 공격으로 반군이 희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게 이런 오폭 참극이 벌어진 것일까.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오폭은 최근 ‘교활한 게릴라식 전법’으로 전술을 바꾼 카다피군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오폭이 발생한 시간은 1일 오후 8시경. 동부의 전략요충지 아즈다비야에서 브레가를 향해 이동하던 반카다피군 트럭과 앰뷸런스 등을 포함한 차량 5, 6대가 기도를 하기 위해 도로변에 멈췄다. 그런데 잠시 후 뒤쪽 짐칸에 기관총을 장착한 트럭 한 대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예광탄 등 탄환들은 마침 비행 중이던 나토 전투기 쪽을 향해 날아갔다. 기관총 공격을 받은 나토 전투기는 폭탄 투하로 응전했고 현장은 불바다로 변했다.

공습 현장에서 살아난 반군 병사 알리 압둘라 지오 씨는 총을 쏜 사람에게 “도대체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실수였다”고만 말한 뒤 아즈다비야를 향해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생존자들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총을 쏘았을 것”이라는 의견에서부터 카다피군 병사가 반카다피군 차량 대열에 의도적으로 끼어들어 나토 전투기를 조준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카다피군이 나토 전투기를 속여 반군을 공격하도록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반군 측은 오폭 다음 날인 2일 “실수로 일어난 불행한 사고였다”며 나토를 전혀 비난하지 않았다. 또 “이번 일로 다국적군 공습에 대한 반군의 지지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압델 하피드 고가 반군 국가위원회 부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일은 (반군의) 지휘체계상의 혼란을 보여주는 사례로 병사들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책임을 반군 내부로 돌렸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카다피군 지도부가 이처럼 자세를 낮추고 있는 것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나토는 즉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이 헌법적인 민주주의로의 이양을 위해 자신의 주도하에 아버지를 물러나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반군 측에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카다피 진영과 밀접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반군은 물론이고 카다피도 이 제안을 거부해 사이프 알이슬람의 제안은 카다피의 사전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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