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던져 공습 방해 ‘리비아 인간 방패’는… 대부분 아이-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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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는 신”

서방 연합군이 리비아 주요 시설물에 여러 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폭탄을 퍼붓자 리비아 정부는 인간방패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카다피 관저와 군사 시설물 인근에는 리비아인 수천 명이 모여 국기를 흔들며 반서방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자원했는지, 강제로 동원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리비아 정부 초청으로 20일 이들 군중을 취재한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는 “대다수는 아이와 여성이며 일부는 카다피 친위부대원의 가족”이라고 전했다. 남편이 군인이었다는 52세 여성은 자녀 6명을 데리고 나왔고, 마흐무드라는 이름의 열 살 소년도 “지도자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카다피 원수가 신격화 리더십으로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해온 데다 그 자신이 카다파 부족의 부족장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간방패 가운데는 자원한 사람도 적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 서방과의 대치상태가 길어지면 카다피 정권이 무고한 시민들을 인간방패로 동원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강제동원이든 자원자든 인간방패 민간인 가운데 인명 피해가 늘어나면 전쟁의 양상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카다피 정부는 1차 공습 직후부터 “민간인 64명이 숨졌다”며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연합군 측은 “민간인 희생은 알려진 바 없다”며 “연합군은 군사시설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특화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간방패 작전은 이미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 리엄 폭스 영국 국방장관은 21일 “영국 동부 기지에서 발진한 토네이도 폭격기들이 리비아 목표물을 폭격하기 위해 2400km를 날아갔지만 주변에 민간인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폭격을 중단하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인간방패는 비무장 민간인이나 노약자, 어린이들을 내세워 적의 공격을 억제하려는 비정규전의 일종이다. 비열한 전술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현재까지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운용돼 왔다. 최근만 해도 1995년 보스니아내전 때 세르비아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추가 공습을 막기 위해 탄약저장고 쇠기둥에 유엔군 포로 3명을 묶어놓고 그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강제로 쿠웨이트인들을 군사시설과 대통령궁 주변에 인간방패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인간방패 작전도 상대가 똑같이 비인도주의적으로 나올 때는 별 효과가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이 소련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앞세워 진격해오자 이오시프 스탈린 원수는 “자기 뜻이 아니라 해도 적을 돕는 자는 적”이라며 “인간방패를 쏘지 않는 부대 역시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명령을 내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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