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오늘 오후 지진국장 명의로 남측 기상청장에게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을 위한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정부는 북측의 제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은 조만간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에 대한 당국 간 대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한의 제안으로 지진계 등 각종 측정장비를 백두산에 설치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정확하게 백두산 분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의 백두산 협의 제안은 동일본 대지진 참사를 틈탄 다목적 대남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일본의 원전 이상에 따른 핵 공포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이를 활용해 냉각 상태인 남북 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1300km 떨어진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백두산 화산 분화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백두산 화산 활동을 확인하기 위한 협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제안은 3차 핵실험 카드까지 활용하는 교묘한 노림수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백두산 화산 분출 등 심각한 자연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 핵실험을 한 풍계리에 최근 지하갱도 여러 개를 추가로 굴착하는 등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백두산과 관련한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핵 포기의 진정성을 보여야 남북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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