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 ‘비자금 감추기’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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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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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내주부터 불법자금 환수 절차 - 요건 완화

스위스 은행에 예치돼 있는 독재자들의 비자금을 과거보다 손쉽게 본국에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다음 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은 축출된 독재자의 부정 자산을 몰수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절차와 요건을 완화한 것. 과거에는 유죄를 입증할 증거와 함께 본국이 공식 협조를 요청할 경우에만 계좌 수사 및 자금 송환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해당국이 불법자금 환수를 위한 완벽한 법적 시스템과 요건을 갖추지 않더라도 은행이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복잡한 송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환수된 자금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돼야 하고, 필요한 경우 국제단체나 비정부기구(NGO)로 넘길 수 있다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부정부패로 축적된 불법 자금은 연간 최대 4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이 중 50억 달러 정도가 간신히 회수되는 실정이다. 신흥국 정치인들의 불법자금을 감시하는 단체들은 “불법자금의 세탁과 은닉을 막고 회수를 촉진하기 위해선 한층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스위스 정부는 최근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과 진 엘아비딘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벤 알리 전 대통령의 부인이 망명 직전 1.5t 규모의 금괴를 빼내갔다는 사실 등이 보도되면서 취한 긴급 조치다.

하지만 걸림돌도 여전히 많다. 독재자들은 권력을 이용해 금융 시스템을 마음대로 악용할 수 있고 친인척과 측근들의 계좌로 자금을 분산해 놓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 같은 기존 피난처의 자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도나 브라질 같은 신흥국으로 자금 은신처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각국 공조 및 금융기관들의 협조 강화, 실명제를 통한 다양한 투명성 확보 방안도 논의 중이다. 비자금을 회수하면 오랜 독재로 피폐해진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 퇴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독재자의 불법자금 추적에 협조해온 회계컨설팅업체 ‘그랜트손튼’의 케빈 헬러드 씨는 “범죄자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보다 이들의 재산을 환수하는 데 최근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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